우리는 세속 저술가들이 그들 속에서 비치는 진리의 환한 빛을 보면서, 비록 타락하여 그 온전함에서 부패해 있는 상태이긴 하지만 그래도 사람의 지성이 과연 하나님의 탁월한 은사들로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다는 것을 배워야 할 것이다. 하나님의 성령을 진리의 유일한 근원으로 여긴다면, 하나님의 성령을 모욕할 생각이 아닌 이상, 진리 그 자체를 거부해서도, 혹은 그 진리가 어디에서 나타나든 그것을 멸시해서도 안 될 것이다. 성령께서 베푸신 은사들을 가볍게 여긴다는 것은 곧, 성령 자신을 가볍게 여기며 비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고대의 입법자들에게 그 진리의 빛이 비쳐서 그들이 그렇게 공정하게 시민의 질서와 규율을 수립해 놓을 수 있었다는 것을 과연 어떻게 부인하겠는가? 철학자들이 자연의 이치를 그렇게 세밀하게 관찰하고 그렇게 예술적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그들을 가리켜 눈 먼 사람들이라고 말하겠는가? 의학을 발전시키고 우리의 유익을 위해서 수고하는 자들을 가리켜 정신 나간 자들이라고 말하겠는가?
아니다. 그들의 저작들을 읽을 때마다 우리는 깊은 감탄을 금할 수가 없다 칭찬할 만하고 고귀한 것들을 바라보며 경탄해 마지 않는데, 그것들이 과연 하나님께로부터 온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심지어 이교도 시인들도 그런 우는 범하지 않았다. 그들은 철학과 법과 모든 유용한 학예들이 신들이 만든 것임을 고백했던 것이다. 성경이 “육에 속한 사람”(고전2:14)이라 칭하는 그 사람들은 저급한 일들을 탐구하는 데 있어서는 그야말로 예리하고 통찰력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의 실례들을 통해서 배우도록 하자. 인간 본성이 그 참된 선을 빼앗긴 이후에도 주께서는 정말로 많은 은사들을 그 본성 속에 남겨두셨다는 것을 말이다.
인간의 재능은 성령의 은사임
우리는 인류의 공통적인 유익을 위하여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자들에게 베풀어주시는 성령의 지극히 탁월한 은사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인간의 생활에서 가장 탁월한 모든 것들에 대한 지식이 하나님의 영을 통해서 우리에게 전달된다고 말하는 것도 전혀 무리가 아니다. 불경건한 자들이 하나님의 영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질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나님의 영이 오직 신자들 속에서만 거한다는 진술(롬8:9)은, 우리를 하나님의 성전으로 거룩하게 구별하여 세우시는 거룩의 영(고전3:16)을 지칭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하나님께서는 그 동일하신 성령의 능력으로 만물을 채우시고, 움직이시고, 또한 생기를 불어넣으시며, 또한 자신이 친히 창조의 법칙을 따라 각 종류에게 부여하신 그 성령에 따라서 그렇게 유지하시는 것이다. 그러나 만일 우리가 물리학, 변증학, 수학 등의 학문들에서 불경건한 자들의 업적과 활동의 도움을 받기를 원하셨다면, 마땅히 그런 도움을 받아들여 사용해야 할 것이다. 이런 학문들에서 하나님께서 값없이 베푸신 선물을 소홀히 한다면, 우리의 나태함에 대하여 공의의 형벌을 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이 세상의 초등 학문(골2:8) 아래에서 진리를 이해하는 큰 능력을 소유하고 있다고 해서 그것 때문에 그 사람을 정말 복 받은 사람으로 생각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우리는 즉시, 이런 모든 이해력과 거기에 따르는 지식은 진리의 견고한 근원에 바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하나님 보시기에는 불안정하고 덧없는 것에 불과하다는 말을 덧붙이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자연적 은사들도 부패한 상태에 있는 것이다. 은사들은 하나님께로부터 온 것이므로 그 자체로서는 더러워질 수가 없으나, 부패한 사람에게는 이 은사들이 더 이상 순결하지 못하게 되었고, 그리하여 그 은사들을 통하여 전혀 찬양을 받을 수 없게 되었다고 한 것이다.
자연적 은사에 관한 소결론
우리의 본성에 이성이 고유한 특질로 존재한다는 것을 인류 전체에게서 볼 수 있다. 짐승들이 무생물과는 달리 감각을 지니는 것처럼, 인간은 짐승과는 달리 이성을 지니는 것이다. 우리에게 남아 있는 재능들이 모두 하나님의 자비하신 덕분임을 알아야 마땅하다. 하나님께서 남겨두지 않으셨다면, 타락하자마자 우리의 모든 본성이 다 파괴되고 말았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예리함이 뛰어나고, 어떤 이들은 판단력이 탁월하며, 또 어떤 이들은 재치가 있어서 이런저런 학예를 쉽게 터득하기도 한다.
어째서 이 사람이 저 사람보다 더 우수한가? 그것은, 인류의 공통적인 본성 가운데 하나님의 특별하신 은혜가 있음을 드러내기 위함이 아니겠는가? 하나님은 각 사람의 소명에 따라 특별한 활동들을 불러일으키신다. “여호와의 영이 임하였다”(삿6:34). “마음이 하나님께 감동된” 유력한 자들이 사울의 뒤를 따랐다고 한다(삼상10:26). “이날 이후로 다윗이 여호와의 영에게 크게 감동되니라”(삼상16:13).
한때 특별한 재능과 기술을 지녔던 사람들이 갑자기 우둔하게 되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 이런 경험을 통해서 우리는, 사람의 마음이 하나님의 손과 그의 뜻에 달려 있으며 하나님께서 순간마다 그들을 다스리신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되는 것이다. “우두머리들의 총명을 빼앗으시고 그들을 길 없는 거친 들에서 방황하게 하신다”(욥12:24,시107:40).
- 존 칼빈, 기독교 강요, 상권(크리스챤다이제스트), pp 33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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