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현익(참교회,종교개혁이전)

4) 보고밀인들에 대한 호평과 악평

강대식 2022. 8. 10. 15:15

4) 보고밀인들에 대한 호평과 악평

 

1700년경 독일 루터 교회 신학자인 고트프리드 아르놀드는

평생 동안 연구한 보고밀인들에 관한 유용한 정보를

“편견 없는 교회사와 이단의 역사”를 통하여 제공하고 있다.

 

아르놀드가 자신의 저서 제목에 굳이 ‘편견 없는’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던 이유는,

그 이전까지의 모든 역사는 일방적으로 승자 편의 시각으로만 기록되었기 때문에

편파적인 이전의 모든 역사에 대해 공정성을 기하기 위함이었다.

즉, 정통 교회가 ‘진짜 이단’이라 정죄한 뒷면에는

‘그들이야말로 참 그리스도인이었다’라는 강력한 역설이 숨겨져 있는 것이라고 해석하였던 것이다.

 

이런 이유로 진리의 증인들은 참 가르침을 왜곡하는 종교 권력자들과 세속 권력에 의해

고통을 당하게 되었던 것이라고 정확하게 보고 있다.

소위 이단으로 치부된 평신도들의 정당한 신앙에 위협을 느낀

기득권 사제들이 자기 방어를 위한 이기심으로

권위적이고 정치적인 방법을 구사한 결과,

박해라는 형국의 사태가 발발한 경우가 허다하였음을

고트프리드 아르놀드는 정확히 지적해 주고 있다.

 

보고밀인들의 경우, 이 상황은 매우 전형적이다.

미신에 뒤섞여 있어서 성경적 신앙과 진정성이 결여된 사제들의 예배를 강하게 비난했기 때문에

사제들은 강력한 위기감에 당면했을 것이므로,

바실과 같은 개혁자들을 취급할 때는

더욱 서둘러서 화형을 집행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정통성을 자부하는 주류 교회가 어느 집단을 이단으로 공격할 때

그 내용이나 근거들을 검토해 보면,

많은 경우 하나님에 대한 믿음의 다양한 표현이나 신념의 내용에 관한 평가가 본질이 아니라

성례전과 같은 형식 예전 따위에 집착하는 경우들이 즐비하다.

미사가 죄와 악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키고 그 영혼을 구원하는 데에

전혀 결정적인 요소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

그들은 도저히 참지 못하고 극렬한 박해로 공격한 것이다.

 

반면, 보고밀인들에 관하여 그가 연구한 지적에 따르면,

그들은 하나님의 존재로 말미암아 진정한 인간의 존재를 발견하고,

이로써 진정 정결한 인간됨을 일상생활에서 살아내는 것을 깨달은 사람들로서

그들이 추구한 온전자의 삶은 엄청난 매력을 가졌다.

 

그가 보는 바, 보고밀인들 공동체가 성공한 이유는 그들의 가르침이나 사회 참여 때문이 아니라

결점이 없는 삶의 모습이었다.

그들이 가졌던 고매한 평판과 신뢰성, 그들의 보탬이나 꾸밈이 없는 단순한 가르침과 진리

사람들에게 큰 매력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르놀드는 보고밀인들이 가진 일관되고 종국적인 신앙의 목적

오직 성경을 통하여 배우는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것라고 보았기 때문에

그들을 이단으로 평가하지 않는다’라고 자신의 연구와 결론의 이유를 명백히 밝히고 있다.

 

보고밀인들에 관한 또 다른 정보는

불가리아 정교회 사제이며 10세기 말 저술가였던 코스마스에 따른 것이다.

“보고밀인들은 수도원과 동방 정교회를 왜곡시키는 위험한 오류를 가진 집단으로써

그들의 사상은 불가리아 사제들 사이에서도 널리 퍼졌다.

구약 성경을 인정하지 않고 신약 성경만을 가르쳤다.

 

정교회 내의 계급 제도를 반대하였고, 금욕 생활을 하였고 고기와 포도주를 금하였다.

주일을 다른 날과 동일하게 여겼고, 서로 간의 잘못을 정기적으로 고백하였다.

그들은 훌륭한 그리스도인들처럼 생활하였기에 동방 교회 교인과 그들을 구분하기가 어려웠지만,

그들은 정부 전복을 시도하였을 뿐 아니라 주인들에게 순종하지 말 것과

노예들에게는 주인을 위해 일하지 말 것을 가르쳤다.

부자와 귀족을 경멸하였고 황제를 싫어하였으며 그들의 상사를 조롱하기도 했다.”

 

계속해서 코스마스는 그들에 대해 악평했다.

“사람들은 보고밀인들의 겸손한 행동을 참 믿음을 가진 자들이라 판단할 것이고,

그들에게 다가가서 영혼의 상태에 관하여 상담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머리를 숙이고 모든 겸손으로 마치 하늘의 계명을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사실은 어린양을 삼키는 늑대들이다.”

“그들은 악마보다도 더 악하고 끔직하도록 공포스러운 자들이다.”

 

이런 비판과는 달리 동시대(10세기)의 저술가 뮤사크는

톤락인들의 가르침에 깊은 감동을 받았는데,

보고밀인들을 이단으로 정죄한다는 것은 그리스도인답지 않을 뿐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부끄러운 것으로,

그들은 ‘사도적 가르침을 계승한 진실한 그리스도인들임을 분명히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하였다.’

 

보고밀인들은 성인들만 성찬에 참여하도록 하였으며, 첫 참석자는 기도와 금식으로 자격을 얻고

‘특별한 생수가 아닌 일반 물’을 가지고 세례를 받은 후에 참여할 수 있었다.

성모를 하나님의 어머니로 존경하지도 않았고,

십자가에 대해서도 하나님의 욕되게 한 것에 사용된 것을 숭배하지 않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성찬의 빵은 그리스도의 몸이 아닌 평범한 빵임을 주장하였다.

 

보고밀인들은 바리새인이 된 사제들과 우상들의 전시장이 된 예배당에 대하여 증오심을 가졌음에도

사역자와 그들만의 비밀 집회소를 갖고 있었다.

초기에는 장로 또는 교사에 해당되는 지도자들이 12명 있었다.

보스니아의 보고밀인들은 그들 공동체의 지도자로 제드 또는 장로들을 세우게 되었다.

알비인들 경우 주교를 뜻하는 칭호로서 ‘에피스코푸스’ 또는 ‘연장자’를 세웠는데,

그 아래에는 사도들, 서방에서는 스승을 의미하는 스토로예닉스가 있었다.

 

이들은 단순히 회중들의 대표로서 공동체의 투표로 선출되었는데,

그들에게는 교황권과 같은 권력이 일체 주어지지 않았다.

온전자’(Parfaits,Perfect)에 포함된 사람들은 남녀를 막론하고 모두 설교를 할 수 있었다.

‘온전자’는 ‘너희 아버지의 온전하심과 같이 너희도 온전하라’(마5:48)에서 유래된 듯하다.

 

- 권현익, '16세기 종교개혁 이전 참 교회의 역사', pp 411-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