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복

청교도의 ‘묵상’ / 이태복

강대식 2012. 8. 13. 12:22

청교도들은 우리에게 성경을 읽고 기도하라고 명하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묵상하라고도 명하셨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에드먼드 칼라미,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모든 백성에게 거룩하고도 천상적인 일들에 대하여 묵상하라고 요구하신다. 당신에게 기도하라고 명하시는 그 하나님께서 당신에게 기도만 하지 말고 묵상도 함께 하라고 명하신다. 당신에게 설교를 들으라고 명하시는 그 하나님께서 당신에게 들은 설교를 묵상하라고 명하신다.”

 

청교도들에게 묵상은 성경연구와 기도 사이에 놓인 디딤돌과 같았다. 토마스 맨튼, “묵상은 말씀과 기도 사이에 있는 의무라고 할 수 있다. 묵상은 말씀과 기도 양쪽 모두와 관련되어 있다. 말씀은 묵상의 불을 지펴주고 묵상은 기도의 불을 지펴 준다. 말씀을 들어야 오류에 빠지지 않고, 묵상을 해야 메마르지 않는다.” 리차드 그린햄, “묵상은 성경 읽기와 설교 듣기, 기도와 성례의 생명이요 힘이다. 묵상이 없으면 그 모든 것들이 연약해지고 무익해진다.” 헨리 스쿠더, “묵상하지 않으면 영적으로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는다 해도 그것이 우리의 마음 깊은 곳까지 내려가지 못하고 단순히 머리를 지나쳐 완전히 사라지거나 전혀 소화되지 않은 날음식처럼 되어 버린다. 그리스도인의 묵상은 되새김질과 같다. 구원에 이르도록 우리를 도와주는 모든 외적인 방편들이 묵상을 통하여 완전하게 숙고되고 마음에 쌓이지 않는다면, 그것들을 아무런 유익도 주지 못한다.”

 

청교도들은 영적으로 가장 강력한 그리스도인이 바로 묵상을 통해서 만들어진다고 확신하였다. 즉, 묵상을 통해서 영성이 풍부하고도 깊은 그리스도인이 된다고 확신하였다. 토마스 브룩스, “가장 탁월하고도 감미로우며 가장 지혜롭고도 강력한 그리스도인은 가장 많이 읽는 사람이 아니라 가장 많이 묵상하는 사람이다.” 에드먼드 칼라미, “묵상은 단순히 여러 가지 의무 중 한 가지 의무가 아니다. 묵상은 다른 모든 의무들의 본질이요 정수이다. 묵상이라는 의무를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의무들을 실천한다 하더라도 그것들이 우리의 영혼에 아무런 인상도 남길 수 없다. 그러므로 묵상은 기독교 신앙의 생명이요 영혼이다. 묵상하지 않는 그리스도인은 살아 있다고 해도 실상 죽은 자이다.”

 

청교도들은 올바른 묵상이란 반드시 성경 연구에 뿌리를 두어야 하며, 성경 연구가 튼실할수록 묵상도 튼실해진다는 사실을 부단히 강조하였다. 토마스 왓슨, “성경 연구의 목적은 진리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묵상의 목적은 찾아낸 진리를 우리의 영혼에 유익하도록 적용하는 것이다. 성경 연구는 금광을 찾아내는 것과 같고, 묵상은 금광에서 금을 캐내는 것과 같다.” 바르고도 깊은 묵상을 위해서는 먼저 성경 연구를 통하여 묵상의 재료가 될 하나님의 말씀을 풍성하게 찾아내야 한다. 그래서 청교도들은 묵상의 기술이나 방법을 강조하기 전에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체계적이고도 풍성한 지식을 더욱 강조하였다.

 

청교도 묵상에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 번째 특징은, 청교도들이 묵상의 모든 과정에서 철저히 성경을 중심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윌리엄 브릿지, “성경에 기록되지 않은 것이 당신의 묵상 가운데 들어오지 않도록 주의하라”. 그러면서도 그들은 성경 외에도 하나님의 신성과 능력을 보여주는 자연이라는 책과 우리의 죄를 보여주고 책망하는 양심이라는 책을 묵상에 적극 활용하였다. 다만 이 두 가지 책은 결코 묵상의 주교재가 아니었다. 성경의 진리를 다양한 측면에서 도와주는 부교재일 뿐이었다. 헨리 스쿠더는 그리스도인이 중점적으로 묵상해야 할 주제를 다음과 같이 지정해 주었다. “하나님의 거룩한 본성, 속성, 말씀, 사역들, 우리의 의무, 죄, 우리의 마땅한 상태, 우리가 해야 할 일들, 우리의 현재 모습, 우리가 지금까지 해 온 일, 악인들의 비참함, 의인들의 행복과 특권 등은 묵상하기에 알맞은 주제들이다.”

 

두 번째 특징은, 인간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브라켈, “영적인 묵상은 신앙 안에서 우리 영혼이 행하는 운동이다. 영적인 묵상은 무위도 아니고 수동적인 자세도 아니다. 그저 가만히 있으면서 성령께서 주시는 것을 받기만 하거나 하나님의 순전한 속성들과 신비에 관하여 조명 받을 수 있도록 우리 자신을 개방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묵상은 우리 영혼이 그와 같은 것들에 관하여 깊이 생각하고 추론하고 인정하고 즐거워하는 데 적극 참여하는 것이요, 그것들을 인하여 감격하고 영혼의 소생을 경험하는 것이다.” 즉, 청교도들은 묵상을 인간의 모든 인격과 모든 기능이 활발하게,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격렬한 운동으로 보았다.

 

특히 청교도들은 지성 또는 이해력이 묵상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이는 청교도들의 묵상을 이해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다. 윌리엄 베이츠, “묵상은 이해력의 격렬한 작용이다. 묵상에서 이해력이 주도적인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토마스 후커, “묵상은 우리의 지성을 진지하게 집중해서 진리를 찾아내고 그것을 우리 마음에 효과적으로 자리잡게 하는 것이다.”

 

청교도들은 묵상에서 감정과 의지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다만, 청교도들은 절대 감정과 의지를 앞세우지 않고 항상 지성 또는 이해력의 인도 아래 두었다.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지식 또는 이해가 묵상의 모든 과정을 주도해야 한다고 믿었다. 해리슨 매조렐, “청교도 묵상은 한 개인이 하나님과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한 지적인 숙고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그러한 개인의 이해력이 기억력의 도움을 받아 그 사람을 하나님께로 더 가까이 이끌어 준다. 동시에 그 사람의 의지가 그 사람의 정서에 영향을 주게 되고, 마침내 그 사람의 모든 부분이 묵상에 참여하게 된다.”

 

세 번째 특징은, 청교도들의 묵상은 그리스도인의 매일의 생활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청교도들은 손에 성경책을 들고 있거나 책상에 앉아서 성경을 읽은 후에나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묵상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들을 묵상할 거리가 있고 기회만 되면 그동안 마음에 쌓아 놓은 하나님의 진리를 끌어올려 묵상하는 실천적인 삶을 살았다.

 

루이스 베일리는 <경건의 실천>에서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여섯 가지 내용을 묵상하라고 한다. 1 눈을 뜰 때 부활의 날에 대해서 묵상하라. 2 지난 밤에 하나님께서 그대를 보호하셨음을 묵상하라 3 자명종 소리를 들을 때마다 마지막 날에 울려 퍼질 나팔소리를 기억하라 4 그대가 하나님의 엄위하신 임재 앞에 있음을 묵상하라 5 옷을 입을 때 그대의 영적 수치와 그리스도의 의의 옷에 대해서 묵상하라 6 매일 아침 하나님의 자비가 얼마나 새로운지 묵상하라.

 

- 이태복, 『영성 이렇게 형성하라』, pp 203-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