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을 드높이는 칼빈의 경건/ 조엘 비키
오늘날에는 단지 소수의 사람들만이 경건하다는 소리 듣기를 즐거워한다. 슬프게도 이 ‘경건(piety)’ 이라는 영어 단어와 그 파생어들은 경멸적인 의미를 지닌 단어가 되고 말았다. 존 칼빈이 이런 말을 들었다면 아마 기겁했을 것이다. 그에게 있어서 경건은 긍정적이고도 참으로 성경적인 기독교의 본질이었기 때문이다. 개신교 종교 개혁의 탁월한 조직 신학자와도 같았던 칼빈에게 있어서 논리적인 이해와 실천척인 경건, 진리와 그 유용성은 불가분리의 관계에 있다. 신학은 먼저 하나님에 관한 지식과 우리에 관한 지식을 다룬다. 그러나 참된 경건이 없는 참된 지식이란 결코 있을 수 없다.
경건에 대한 칼빈의 개념은 하나님에 관한 지식에 뿌리박고 있으며, 하나님을 향한 경배와 섬김을 목적으로 하는 태도들과 행위들을 말한다. 경건은 칼빈 신학의 가장 주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이다.
프랑스의 국왕 프란시스 1세에게 헌사된 「기독교 강요」의 머리말에서, 칼빈은 「기독교 강요」의 목적이 ‘전적으로 기초적인 원리들을 전달해 줌으로써 신앙의 열심을 가진 사람들이 참된 경건에 이르도록 히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경건에 대한 이러한 포괄적인 인식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칼빈의 후예들, 즉 영국의 청교도들과 네덜란드의 미래적 종교 개혁 신학자들, 그리고 일련의 독일의 경건주의자들과 그들의 후손들에게 심오한 영향을 끼쳤다.
칼빈은 경건을 가리켜 하나님을 향한 합당한 태도와 그분을 향한 순종이라고 말한다. 경건은 하나님이 누구시며 어떤 분이신가에 대한 지식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신학으로,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경배와 구원적 믿음, 부성적 경외감, 기도하는 자세의 복종, 그리고 존경으로 기득 찬 사랑을 함축한다.
칼빈은 그의 첫 번째 요리문답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참된 경건은 하나님을 여호와로서 두려워하고 경배하는 것만큼이나 아버지로서 사랑하는 신실한 감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하나님의 의를 환영하고, 그분에게 대적하는 것을 죽음보다 더 두려워하는 것을 뜻한다.
그는 「기독교 강요」에서도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나는 ‘경건’을 하나님이 베푸시는 온갖 유익들을 아는 데서 생겨나는 바 하나님에 대한 두려움과 그분을 향한 사랑이 하나로 결합된 상태라고 본다.” 이러한 하나님을 향한 사랑과 두려움은 하나님에 대한 참된 지식에 필연적으로 공존한다.
이러한 경건은 실로 삶의 모든 국면에 관계된다. 칼빈은 이에 대해 “그리스도인의 전 생애는 일종의 경건의 연습과 실천이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기독교 강요」 초판의 부제 역시 다음과 같다. ‘거의 대부분의 경건의 대의와 반드시 알아야 할 구원의 교리를 환영함 : 경건에 열심 있는 모든 사람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가치가 있는 연구'.
경건의 최상의 목적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 경건의 목적은 하나님의 속성 안에서, 세상의 창조 체계에서,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 안에서 빛나는 하나님의 영광을 인식하고 그것을 찬양하는 것이다.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자 하는 참으로 경건한 모든 사람들의 열망은, 심지어 자신의 개인적 구원까지도 희생할 정도이다.
우리는 우리를 통하여 하나님이 영광을 받으시기 위하여 창조되었고, 거듭난 사람은 바로 이 목적을 위해 살기를 소원한다. 더욱이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영광이 그들 안에서 빛나게 하기 위하여 자신의 백성을 구속하고 자녀 삼으시며 거룩하게 하신다.
결과적으로 경건한 신자의 가장 깊은 관심사는 바로 하나님, 하나님에 관한 것, 하나님의 말씀과 권위, 하나님의 복음과 하나님의 진리이다. 그는 하나님을 더욱 많이 알기를 원하며, 그분과 더욱 깊이 교제하기를 원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하나님을 영화롭게 할 수 있는가? 칼빈은 이렇게 말한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통하여 영광을 받으실 길과 방법, 즉 그분의 말씀을 향한 순종으로 이루어지는 경건의 법을 규정해 주셨다”.
하나님의 말씀을 향한 순종은, 우리 죄 사함을 위하여 그리스도 안에서 피난처를 찾는 것과, 성경을 통하여 그를 알고 사랑의 마음으로 그를 섬기며, 하나님의 선하심에 대하여 감사하면서 선을 행하며, 우리의 원수들까지도 사랑하기 위한 자기 부인을 실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반응은 하나님과, 그분의 말씀과 뜻을 향한 완전한 복종과 관계되어 있다(롬11:33-12:2 참고).
칼빈의 모토는 자신이 몸소 실천했던 경건을 훌륭하게 요약해 준다. “주여, 내 심장을 당신께 드리나이다. 즉시 그리고 신실하게!” 이것은 모든 참된 경건한 사람들의 소망이다. 이 소망은 오직 그리스도와의 교제를 통해서만, 그리고 그 안에 참여함으로써만 현실화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 밖에서는 가장 종교적인 사람이라 할지라도 오직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살기 때문이다. 오직 그리스도 안에서만 경건한 사람들이 그들의 주님의 기꺼운 종으로서, 그들의 사령관의 군병으로서, 그리고 그들의 아버지께 순종하는 자녀로서 살아갈 수 있다.
“우리는 하나님의 소유이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 그분을 위해 살고 그분을 위해 죽을 준비를 하자. 우리는 하나님의 것이다. 그러므로 그분의 지혜와 뜻이 우리의 모든 행동을 다스리도록 하자. 우리는 하나님의 소유된 백성이다. 따라서 우리의 모든 삶이 오직 합법적으로 우리의 유일한 목적이 되시는 하나님을 향하여 합당하게 살도록 분투하자”- 칼빈
- 조엘 비키, 「칼빈주의」, pp 302-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