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합력하여"/ 루터
헬라어 본문에서는 ‘합력하여"(sunergei)라는 단어가 단수로 되어 있는데, 이 동사의 주어가 성령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것이 더 본문에 적합하다. 왜냐하면 사도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런 것이기 때문이다: 성령은 하나님의 성도들이 하는 모든 일에 있어서 성도들과 합력하기 때문에, 우리는 성령이 우리를 위해 간구한다는 말을 의아해해서는 안 된다. 이 구절은 “성령이 --- 성도를 위하여 간구하심이니라”는 말씀에 대한 진짜 해설이다. 성령은 다른 모든 일들에서 우리와 합력하듯이 이 간구에서도 우리와 합력하신다. (루터는 여기서 헬라어 본문 읽기를 따르고 있다: Panta sunergei ho Theos: 모든 일에서 하나님은 우리와 합력하여 선을 이루신다.) 사도는 여기에서 어떤 유보조건도 붙이지 않은 채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이라고 말한다. 하나님을 아는 자들이 아는 단 하나의 목적, 하나님의 목적이 존재한다. 하나님 안에는 그 밖의 다른 목적이 없고 하나님의 구원의 한 목적 외에 그 어떤 다른 목적이 수행되지도 않는다.
이 구절은 사도가 이 장의 끝에 이르기까지 말하고 있는 모든 내용이 딛고 서 있는 토대 역할을 한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사랑을 받고 하나님을 사랑하는 택함 받은 자들에게는 성령이 모든 것들, 즉 질병이나 박해 등등 그 자체로 나쁜 것들조차도 선을 이루도록 바꾸어 버리신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사도의 의도이기 때문이다. 사도는 여기서 예정 또는 선택 교리를 거론한다. 이 교리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그렇게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고 오히려 택함 받은 자들과 성령을 받은 모든 자들에게 주는 마음 편한 위로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이 교리는 육체의 지혜를 고수하는 자들에게는 참으로 혹독하고 힘든 말이 된다.
수많은 환난과 악들이 닥쳐와도 성도들을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어놓을 수 없는 이유는 다름 아닌 그들이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나님은 모든 일들이 합력하여 그들에게, 오직 그들에게만 선이 되게 하신다. 만약 이러한 하나님의 뜻이 없고 우리의 구원이 우리의 의지나 행위에 달려 있다고 한다면, 우리의 구원은 순전히 운에 맡겨지게 될 것이다. 그런 경우에 단 하나의 악으로도 그 구원을 얼마나 쉽게 방해하거나 파괴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사도는 “누가 능히 하나님께서 태하신 자들을 고발하리요,” “누가 정죄하리요,” “누가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으리요”(롬8:33,34,35)라고 말함으로써 택함 받은 자들이 운에 의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목적과 뜻을 따라 구원받았음을 나타내 보인다. 사실 이런 이유 때문에 하나님은 택함 받은 자들로 하여금 여기에 열거된 것과 같은 수많은 악한 것 들을 겪게 하시고 이를 통해 그들이 자신의 공로가 아니라 하나님의 택하심을 따라 구원 받았음을, 즉 그리스도 안에서의 구원이라는 하나님의 변치 않고 확고한 뜻을 나타내게 하시는 것이다. 그들은 수많은 악착같고 지독한 적들과 그들을 지옥에 빠뜨리려는 헛된 시도들에도 불구하고 구원을 받는다.
- 마틴 루터, 『로마서 주석』, pp 163-1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