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워셔

하나님은 분노하시는가? / 폴 워셔

강대식 2014. 10. 15. 09:05

하나님은 의로우신 재판장이심이여 매일 분노하시는 하나님이시로다”(7:11)

오만한 자들이 주의 목전에 서지 못하리이다 주는 모든 행악자를 미워하시며”(5:5)

 

복음주의자들은 대부분 이 말씀들을 잊어버린 듯하다. 요즘에는 이 말씀들이 더 이상 논의의 빌미조차 제공하지 못한다. 설교자들이 죄인들을 향해 하나님의 의로운 분노를 전하는 경우가 얼마나 되는가? 강단에서 하나님의 진노나 거룩한 증오와 같은 주제를 다루는 경우가 얼마나 되는가? “정치적 공정성을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와 문화의 변덕스런 유행 앞에서 주눅이 들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진리를 전하는 것은 더 이상 교회를 성장시키는 방법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현 세대 사람들이 달갑게 생각하든 말든, 하나님의 의로운 분노는 성경의 명백한 가르침이자 참된 복음 선포의 핵심 요소다. 따라서 우리는 이 교리와 그와 관련된 진리를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또한 우리는 이해한 진리를 담대하게 전해야 한다. 성경을 연구하는 목적은 단지 균형 있는 신학을 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발견한 진리를 하나님의 백성에게 유익하게 하기 위해서다. 말씀을 배우는 데는 아무런 위험이 따르지 않지만, 배운 것을 전할 때에는 종종 큰 위험이 뒤따른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진리가 우리의 서재에만 갇혀 있다면 우리를 해롭게 하지 않겠지만, 교회를 유익하게 하지도 못할 것이다.

 

하나님이 의로우시다는 진리는 양날을 가진 검과 같다. 전능한 힘을 지니고 있으면서 부도덕한 존재가 세상을 다스리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양심이 있는 사람들은 이 사실이 참으로 두렵기만 하다. 하나님이 진정으로 의로우시다면, 곧 옳은 것을 온전히 사랑하시고 불의를 온전히 미워하신다면, 우리의 악을 어떻게 처리하실지 불을 보듯 빤하지 않은가?

 

오늘날의 설교자와 복음전도자들이 하나님은 분노하는 하나님이 아니시라고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그런 말은 크게 잘못되었을 뿐 아니라 심지어는 이단적인 가르침이다. 그런 말은 사람들에게 참된 위로를 줄 수 없다. 성경은 하나님이 분노하는 하나님이라고 가르친다. 하나님이 분노하시는 것은 오히려 우리게 유익이 된다. “여호와는 질투하시며 보복하시는 하나님이시니라 여호와는 보복하시며 진노하시되 자기를 거스리는 자에게 여호와는 보복하시며 자기를 대적하는 자에게 진노를 품으시며”(1:2).

 

거룩하고 의로우시고 사랑이 많으신 하나님이 부패하고, 불의하고, 사랑이 없는 인간과 마주하시면 필연적으로 거룩한 분노와 증오를 느끼실 수밖에 없다. 시편 기자가 누가 주의 노여움의 능력을 알며 누가 주의 진노의 두려움을 알리이까”(90:11). 하나님의 진노는 성경에서 죄인과 죄를 향한 그분의 거룩한 혐오감과 의로운 분노를 가리킨다.

 

하나님의 분노를 불합리하거나 이기적이거나 통제할 수 없는 격정으로 이해하는 것은 잘못이다. 하나님의 분노는 그분의 거룩하심과 의로우심과 사랑에서 비롯하는 결과일 뿐 아니라 그분의 통치에 반드시 필요한 요건이다. 하나님은 거룩하시기 때문에 죄를 미워하신다. 또한 하나님은 사랑이시다. 그분은 선한 모든 것을 강렬하게 사랑하신다. 의를 향한 그런 강렬한 사랑은 모든 악을 강렬하게 증오하기 마련이다. 이처럼 하나님의 사랑은 그분의 분노를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확증하고 보증한다. 하나님은 의로우시다. 따라서 그분은 악을 심판하고 정죄하신다. 인간이 하나님께 진노의 대상이라면, 그 이유는 그가 하나님의 주권에 반기를 들고 그분의 거룩한 뜻을 거역하여 심판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는 하나님의 진노라는 교리, 곧 사랑과 긍휼이 많으신 하나님이 진노하시며, 그 진노를 쏟아내 죄인을 심판하고 정죄하신다는 가르침을 거부하는 사람이 많다. 그들은 그런 가르침이 하나님을 적대적이고 잔인하고 복수를 일삼는 존재로 간주한 고대인들의 그릇된 사상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하나님을 잔인하게 묘사하거나 그분의 긍휼을 무시하는 교리를 단호히 거부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성경은 분명히 하나님의 진노와 형벌의 교리를 가르치고 있다. 성경은 곳곳에서 하나님의 사랑, 은혜, 긍휼과 마찬가지로 그분의 진노와 분노를 똑같이 강조한다. 이런 성경의 가르침을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

 

하나님을 이 속된 세상의 구미에 맞추려는 설교자들의 번지르르한 화법과 달리 성경은 무한히 거룩하시고 의로우시며 사랑이 많으신 하나님이 분노하시는 하나님이라고 가르친다. 하나님은 결코 악에 무관심하지 않으시다. 그분은 악을 향해 불같은 진노를 발하신다. 하나님을 거스르는 죄가 저질러질 때마다, 그분은 의로운 분노를 드러내신다.

 

보라 여호와의 이름이 원방에서부터 오되 그의 진노가 불붙듯 하며 빽빽한 연기가 일어나듯 하며 그의 입술에는 분노가 찼으며 그의 혀는 맹렬한 불 같으며”(30:27).

시온의 죄인들이 두려워하며 경건하지 아니한 자들이 떨며 이르기를 우리 중에 누가 삼키는 불과 함께 거하겠으며 우리 중에 누가 영영히 타는 것과 함께 거하리요 하도다”(33:14).

보라 여호와의 노여움이 일어나 폭풍과 회오리바람처럼 악인의 머리 위에서 회오리칠 것이라”(30:23).

 

죄와 죄인을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나님은 죄가 아니라 죄를 저지른 자를 벌하신다. 지옥에 가는 것은 죄가 아니라 죄를 저지른 사람이다. 하나님의 증오심은 그분의 다른 속성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 인간과 달리, 하나님의 증오심은 거룩하고 의롭다. 그분의 증오심은 사랑에서 비롯한다. 하나님의 증오심은 그분의 사랑을 부인하지 않는다. 하나님은 그분이 증오하시는 사람들까지도 능히 사랑하실 수 있고, 그들을 대신해 그들의 구원을 위해 일하실 만큼 강하다.

 

폴 워셔, 복음, pp 173-1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