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사의 중심점이 교차하는 지점에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세우셨다/ 폴 워셔
로마서 3장 23-27절이 기독교 신앙의 아크로폴리스라면, 25절은 그곳에 세워진 성채라고 할 수 있다. “이 예수를 하나님이 그의 피로써 믿음으로 말미암는 화목제물로 세우셨으니”(25절).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이 구절만큼 잘 설명하는 구절은 없다.
이 구절은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셔야 했던 이유를 명백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리스도의 죽음을 통해 무엇이 이루어져야 했고, 또 이루어졌는지 확실하게 보여준다.
오늘날 복음 설교는 대부분 이 진리를 힘써 강조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의 백성 가운데서도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옳게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지금까지 많은 신학자와 설교자가 로마서 3장 25절을 가장 중요한 성경 구절 가운데 하나로 간주했다. 그 이유는 이 구절에 복음의 핵심 내용(그리스도의 죽음이 화목제물이었다는 것)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화목제물로 “세우셨다”라는 말은 “일반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나타내다”라는 뜻을 지닌 헬라어 ‘프로티테마이’를 번역한 것이다. 하나님은 갈보리의 십자가 위에서 마치 벽보를 붙여 알리듯 예수님을 “공시하셨다.” 때가 되자, 하나님은 우주 한복판, 곧 구원사의 중심점이 교차하는 지점에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높이 세워 만민이 볼 수 있게 하셨다(갈4:4).
“화목제물”은 “긍휼”을 뜻하는 라틴어 “프로피키오”에서 유래했으며 “화해시키다, 달래다. 회유하다”를 뜻하는 헬라어 “힐라스테리온”을 번역한 것이다. 신약성경에서 로마서 3장 25절 말고 “힐라스테리온”이 등장하는 성경 구절은 단 한 곳뿐이다. 히브리서 저자는 증거궤의 두껑인 속죄소를 가리킬 때 이 말을 사용했다.
일 년에 한 차례 속죄일이 되면 대제사장이 속죄소 앞과 위에 수송아지의 피를 일곱 번 뿌려야 했다(레16:14,15). 하나님은 속죄소에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용서를 베푸시고, 희생제물의 피를 통해 그들과의 화해를 선언하셨다. 이것이 언약궤 뚜껑을 속죄소라고 부르는 이유다. 속죄소에서 죄가 속량되고, 긍휼이 베풀어졌다.
로마서 3장 25절에서 “화목제물”은 갈보리의 십자가에서 희생당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킨다. 이것은 예수님이 죽음으로 우리 죄를 담당하셨고, 하나님의 거룩한 공의를 만족시키셨으며, 그분의 진노를 가라앉히셨다는 것을 뜻한다.
예수님이 자기 백성의 죗값을 단번에 치르셨기 때문에 하나님은 죄인에게 긍휼을 베푸셔서, “자기도 의로우시며 또한 예수 믿는 자를 의롭다고 하실 수 있게 되셨다”(롬3:26). 하나님은 독생자의 죽음을 통해 자기 백성의 죄를 의롭게 징벌하셨고, 그리스도께 소망을 둔 모든 사람을 조건 없이 의롭다 하실 수 있게 되셨다.
- 폴 워셔, 「복음」, pp 21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