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요1:14)/ 매튜 헨리
하나님께서 거하셨던 옛 성막에 율법이 있었다면, 예수 그리스도 안에는 은혜가 있었다. 옛 성막에 모형들이 있었다면, 예수 그리스도 안에는 진리가 있었다. 성육신하신 말씀은 모든 면에서 중보자의 일을 수행하실 만한 자격을 구비하셨다. 타락한 인간들에게 가장 절실한 은혜와 진리가 그분 안에 충만했기 때문이다.
이 점이 신적 능력과 엄위 못지않게 그리스도께서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입증했다. 첫째로, 예수 그리스도는 스스로 은혜와 진리가 충만했다. 성령을 한량없이 지니고 계셨다. 은혜가 충만하여서 하나님께 온전히 받으신 바 되시고, 우리를 위해 대언해 주실 자격이 있으셨으며, 진리가 충만하여서 친히 계시하시는 내용을 온전히 보증하시고 그로써 우리를 가르치시기에 적합하셨다. 지식이 충만하시고 긍휼이 충만하셨다. 둘째로,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를 위하여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셨다. 그는 친히 베푸실 수 있는 것을 받으셨으며, 하나님께서는 그를 기뻐하사 그 안에서 우리를 받으실 수 있었다. 이것이 법률적 면에서의 진리였다.
“우리가 다 그의 충만한 데서 받으니 은혜 위에 은혜러라 율법은 모세로 말미암아 주어진 것이요 은혜와 진리는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온 것이라”(요1:16-17)
그리스도께는 넘쳐흐르는 충만의 샘이 있다: “우리가 다 그의 충만한 데서 받으니.” 우리 곧 사도들이 받았고, 사도들 안에서 믿는 자들이 받았다. 사도들은 사도 직분에 따르는 호의 곧 은혜를 받았고, 사도 직분을 위한 자격 곧 진리를 받았다. 혹은 그보다는 우리 모든 신자들이 그리스도의 충만한 데서 받았다. 모든 신자들이 그리스도의 충만한 데서 받는다는 점을 주목하라. 아무리 훌륭하고 위대한 성인이라도 그리스도를 떠나서는 살 수 없고, 아무리 천하고 미약한 신자라도 그리스도를 힘입어야 살 수 있다. 이처럼 우리가 다 받은 것 뿐이므로 교만한 마음을 버리게 되며, 원하는 것이 다 받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외심을 품고 입을 다물게 된다. 우리가 받은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우리는 은혜 위에 은혜를 받았다. 우리가 그리스도께 받은 것들이 은혜라는 한 단어로 요약된다. 우리는 그처럼 크고 값비싸고 귀한 은혜까지도 받았다. 다름 아닌 은혜를 받은 것이다. 이것은 강조해서 언급해야 할 선물이기에 은혜 위에 은혜라고 반복한다. 이 건물을 구성하는 모든 돌들은 맨 꼭대기의 돌까지도 은혜이고 은혜로다 하고 경탄할 만하다.
우리가 받은 복.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나타내신 선한 뜻과 우리 안에서 행하신 선한 일, 이것이 은혜이다. 하나님의 선한 뜻이 선한 일을 이루며, 우리에게 해주신 선한 일을 보고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선한 뜻을 더욱 확신하게 된다. 저수지가 샘이 충만하여 흘러넘치는 물을 받고, 가지가 뿌리의 충만한 데서 수액을 받으며, 낮이 태양의 충만한 데서 빛을 받듯이 우리는 그리스도의 충만한 데서 은혜를 받는다.
은혜 위의 은혜는 값없이 베풀어진 성격을 뜻한다. 은혜의 풍성함 충만함을 뜻한다. 한 번 베푸신 은혜는 더 큰 은혜를 베푸시겠다는 보증인 것이다. 은혜를 촉진하고 진작하기 위한 은혜이다. 신약의 은혜가 구약의 은혜를 대체한다는 뜻도 있다. 구약성경은 모형 안에 은혜를 지녔고, 신약성경은 진리 안에 은혜를 지녔다. 은혜의 증가와 지속을 뜻한다. 성도 안에 있는 은혜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은혜와 일치하고 융합하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우리는 은혜와 진리를 받았다(17절). 그리스도 안에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다고 했는데 이 절은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은혜와 진리가 우리에게 임했다고 말한다.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은혜는 모세의 율법보다 우선한다. 모세의 율법도 하나님의 선한 뜻을 나타낸 영광스러운 것이었지만, 그리스도의 복음은 의무와 행복 모두를 더욱 밝히 드러낸다. 모세로 말미암아 주신 것은 사람을 형벌의 경고로 두려움에 떨게 만들 뿐, 생명은 주지 못하고 심한 공포 가운데 선포된 율법이지만(히12;8),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주신 복음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 복음은 율법의 선한 용도를 그대로 담고 있지만 공포를 일으키지 않는다. 그것은 은혜이기 때문이다. 가르치고 양육하는 은혜요(빋2:12), 왕처럼 다스리는 은혜이다(롬5:21). 복음의 정신은 사랑의 친밀함이지, 율법과 저주의 두려운 경고가 아니다.
은혜가 진리와 맺고 있는 관계. 은혜와 진리. 복음에서 우리는 의지와 감정으로 받아야 할 지극히 풍성한 은혜뿐 아니라, 지식으로 받아야 할 지극히 위대한 진리들도 발견한다. 복음은 미쁜 말이요, 모든 사람이 받을만한 말이다. 즉, 복음은 은혜와 진리이다. 은혜에 담긴 제안들은 진실하여 우리의 영혼이 의뢰할 만하다. 복음은 모세로 말미암아 주어진 율법에 대하여 은혜와 진리이다. 그 이유는 복음은 구약의 모든 약속들의 성취이기 때문이다. 또한 복음은 구약의 모든 모형과 그림자들의 실체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참된 유월절 양이시요, 참된 속죄양이시며, 참된 만나이시다. 구약 백성들은 그림 안에 있는 은혜를 간직했으나, 우리는 인격 안에 있는 은혜, 즉 은혜와 진리를 지닌다.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이 은혜와 진리가 존재한다.
- 매튜 헨리, 「매튜 헨리주석, 요한복음」, pp 2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