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복, 『영성 이렇게 형성하라』, 지평서원, 2010
프롤로그
내가 신비주의 영성가들의 책을 서서히 내려놓게 된 가장 주된 까닭은, 성경이 가장 중요하게 말하고 있고 또 우리의 신앙에 가장 중요한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십자가 대속에 대해서 그들이 제대로 언급하지 않고 혹시 언급한다 해도 너무나 빈약하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다.
신비주의 영성가들의 책이 의외로 성경을 풀어서 설명해 주지도 않고 성경을 많이 인용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영적 체험을 근거로 삼아 영적인 삶에 대한 이론을 세우고 그 실천 방법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지, 성경을 가르쳐 주거나 성경에 담겨 있는 보배로운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는 데는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았다.
청교도들의 책을 자세히 읽기 시작하면서 깜짝 놀란 것은, 그동안 신비주의 영성만이 공급해 줄 수 있다고 믿었던 여러 가지 유익들이 청교들의 설교와 삶에 더 온전하고도 풍성하게 담겨 있다는 사실이었다. 청교도들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행하신 모든 일을 깊이 가르쳐 주면서, 동시에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 안에서 행하시는 모든 일도 깊이 있게 가르쳐 주고, 또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삼위 하나님과 인격적으로 교제하는 것에 대해서도 풍성하게 가르쳐 주었다.
청교도들은 교리를 통하여 객관적인 진리를 정확하고도 체계적으로 가르쳐 줄 뿐 아니라 모든 교리를 우리의 마음과 삶에 적용시킴으로써 객관적인 진리가 우리의 마음과 삶에 주관적인 진리로 새겨지도록 도와주었다. 이런 점에서 청교도들의 신앙은 신비주의 영성에서 발견할 수 없었던 더 깊은 영적 세계를 열어 주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청교도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의 죽음을 중심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사도 바울이 “내가 너희 중에서 예수 그리스도와 그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알지 아니하기로 작정하였음이라”(고전2:2)라고 말했던 것처럼, 청교도들도 예수 그리스도를 자신들의 모든 삶과 사역과 가르침의 중심에 세웠다.
청교도들의 글을 읽으면서 또 좋았던 것은, 청교도들의 모든 글이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자세히 풀어 준다는 것이었다. 청교도들은 다른 사람들이나 자신들의 영적 체험을 근거로 어떤 이론을 세워 가르치거나 실천하지 않았다. 그들은 오직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신실하게 풀어주는 설교자들이었다. 그들에게도 하나님을 만나는 심오한 영적 체험이 있었지만, 그들은 그것을 전하지 않았고 오직 성경을 증거하였다.
청교도들의 모든 설교와 가르침은 항상 성경을 근거로 하는 것이었다. 한 편의 설교나 한 권의 책 속에 얼마나 많은 성경 구절들이 인용되는지 놀라웠다. 그들의 책을 읽으면 언제나 성경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고, 스스로 성경을 읽을 수 있는 능력도 커져 갔다. 그들의 책으로 인하여 성경은 나에게 더 즐겁고도 읽기 쉬운 책이 되었다.
청교도들의 책을 읽으면서 놀랐던 것 또 한 가지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삶의 모든 영역에서 거룩을 실천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지침을 제공해 준다는 것이다. 신비주의 영성가인 프란시스 드 살레시오와 토마스 아 캠피스의 책을 읽으면서 왜 개신교 영성에는 성도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지도해 주는 경건 생활 지침서가 없을까 하는 아쉬움을 많이 느꼈는데, 청교도들의 책을 읽으면서 청교도 시대에 루이스 베일리가 쓴 <경건의 실천>이라는 훨씬 더 탁월한 개신교 경건 생활 지침서가 있었으며, 수많은 성도들이 가정에 그 책을 구비해 놓고 활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한 청교도들이 쓰고 활용한 이러한 지침서에서는 개인적인 영성 생활뿐만 아니라 가정과 교회와 사회에서의 영성 생활까지 포괄적으로 다룬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되면서 “왜 개신교 영성에는 구체적인 영성 지침서가 없을까?”라는 원망이 “왜 이런 영적 유산들이 우리에게 소개되지 않았을까?”라는 답답함으로 바뀌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나는 급격하게 청교도들의 설교와 가르침에 집중하게 되었고, 이후 십여 년 동안 청교도들을 따라 영적 순례의 길을 걸어오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영성을 한국 교회에 소개해야겠다는 확신으로 그동안 스무 권이 넘는 책들을 번역하였다.
이 책은 성경과 청교도들의 신앙을 연구하면서 성경적 영성을 형성하고 실천하는 데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정리한 일곱 가지 핵심 요소를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것이다. 이 책의 참된 목적은, 성경적 영성을 형성하고 실천하고 싶어하는 하나님의 자녀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 주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성경의 가르침과 청교도들의 모본을 진지하게 살펴봄으로써 성경적 영성을 형성하고 실천하는 데 핵심이 되는 일곱 가지 요소를 확신하고, 또 그 요소들을 마음과 삶에 풍성히 갖추기 위하여 하나님의 은혜에 매달릴 수 있게 되기를 소원한다.
1. 영성의 설계도: 성경
2. 영성의 수원지: 거듭남
3. 영성의 대상: 삼위일체
4. 영성의 방법: 성경 연구, 묵상, 기도
5. 영성의 산실: 교회
6. 영성의 추진력: 확신
7. 영성의 목표: 경건의 실천
- 이태복, 『영성 이렇게 형성하라』, pp 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