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백스터

리차드 백스터, 『회심』, 지평서원, 2001, 269면

강대식 2012. 6. 24. 19:50

백금산목사의 안내의 글

 

본서는 청교도 회심 설교의 최고봉일 뿐만 아니라 리차드 백스터의 저작 가운데서도 가장 유명한 책이다. 영적 거성들이 살았던 영광스러운 청교도 시대의 목사들은 자신들이 목양하는 교회의 성도들이 회심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은 자기 교회 안에 소속되어 습관적이고도 형식적으로 출석은 하지만 실제로는 회심하지 않은 죄인들과, 교회 밖에 있는 회심하지 않은 죄인들을 향해 자신들의 지성과 열정과 온 힘을 다하여 회심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설교했다. 따라서 ‘회심’이라는 주제는 청교도 설교의 가장 특징적이고도 실제적인 주제 가운데 하나였다.

 

본서는 회심에 관련된 많은 청교도들의 저서 가운데서 조셉 얼라인의 <불신자들에 대한 경고>와 더불어 쌍벽을 이루는 회심 설교의 백미에 속한다. 본서는 발간 당시부터 그의 다른 저서, <참된 목자>, <성도의 영원한 안식>과 더불어 당대의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회심하고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오는 데 귀하게 사용되었다.

 

회심을 다루는 청교도들과 현대인들 사이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오늘날 우리는 회심이라는 주제를 너무 인간 중심적으로 다루고 있다. 또한 사람들에게 회심해야 할 필요성을 제시하는 방법도 너무 피상적이고 현세적이다. 죄인이 구원받아야 할 원인과 이유가 되는 죄의 심각성과 죄에 대한 하나님의 진노에 관해서는 별로 언급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듣기 싫어한다는 이유만으로 아예 죄와 심판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거나 대충 얼버무려서 넘어가고 만다. 그러고는 너무 빨리 구원받고 난 다음에 받을 복의 문제로 나아간다. 그나마 그 복도 너무나 현세 구복적인 메뉴들로 제시되어 있다. 인스턴트 식품을 너무 많이 먹는 현대인들이 온갖 질병에 취약하며 심각한 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 것처럼 인스턴트 회심에 대한 설명을 듣고 교회에 들어온 사람들 가운데 치명적인 사생아들과 영적인 어린아이들과 환자들이 너무 많아지고 말았다.

 

청교도들은 회심의 문제를 그렇게 피상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무엇보다 회심에 관한 모든 가능성과 주제들에 대해 하나님 중심적인 관점을 견지하면서 그 뿌리까지 파고들어 철저하게 다룬다. 인간의 전적인 타락과 부패를 믿었던 청교도들은 회심한 이후의 복을 제시하기 전에 먼저 인간의 죄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가를 진저리가 날 정도로 철저하게 다룬다. 죄를 인식하는 깊이만큼 구원의 깊이를 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또한 자기 스스로는 구원이 불가능한 인간의 무능력을 강조할 뿐만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만 구원받을 수 있음을 말하면서 조금도 지치지 않는다. 또한 인간이 회심해야 할 중요성에 대해서도 단순히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난 다음에 이 세상에서 받는 현세적인 복보다는 영원한 천국과 지옥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다룬다. 영원한 삶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 세상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짧은 생애는 아침에 잠깐 보이다가 사라지는 아침 안개 같은 것이 아닌가? 청교도들은 이 세상에서의 삶이 영원한 본향으로 가는 나그네의 삶이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

 

본서는 현대식으로 말하자면 내용 면에서 하나의 복음 전도지이다. 청교도들의 복음 전도 방식은, 10분 정도 초고속으로 사영리나 브릿지를 읽어 주고는 복음을 다 전했다고 생각하면서 예수님을 영접하라고 강요하는 현대 그리스도인들의 제트기식 전도 방법과는 확실히 달랐다. 본서를 통해서 청교도식 복음 전도와 복음 전도 방식을 접하게 될 것이다.

- 본서, pp 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