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복

청교도 영성은 삼위일체적이면서도 그리스도 중심적이었다/ 이태복

강대식 2012. 8. 6. 15:03

놀랍게도 청교도들은 삼위일체적인 영성을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제2위격인 그리스도를 강조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테오도르 보제맨, “청교도들의 삼위일체 교리는 두 번째 위격인 그리스도를 강조하는 경향을 나타내었다.” 존 오웬은 그의 탁월한 책 『성부, 성자, 성령 하나님과의 교제』에서 성부 하나님과의 교제에 24쪽을, 성자 하나님과의 교제에 182쪽을, 성령 하나님과의 교제에 52쪽을 할애했다. 이에 대해 제임스 패커는 말한다. “그것은 성경 자체가 그리스도 중심적이며, 기독교 신앙과 기독교 영성에 있어서 중보자이신 그리스도가 독특한 중요성을 가진다는 오웬의 관점을 반영한다.”

 

토마스 맨튼, “기독교 영성에는 두 가지 큰 신비가 있다. 한 가지는 삼위일체의 교리이고, 다른 한 가지는 하나님의 아들의 중보이다.” 이 두 가지 신비는 함께 어우러져 서로의 신비로움과 은혜로움을 더 크게 만들어 준다. 그리스도 중심의 영성은 절대 삼위일체적 영성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다.

 

청교도들은 그리스도 중심적인 영성을 형성할 때에 특별히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더욱 주목했다. “너희 중에서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알지 아니하기로 작정하였음이라”(고전2:2). 존 플라벨, “사도 바울은 자신의 사역의 주된 힘을 십자가에 못박히신 그리스도라는 한 가지 관심사에 쏟고자 하였다.” 청교도들은 바울의 이러한 관점을 그대로 본받아 모든 설교와 저술에 있어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에 집중하였다.

 

토마스 폭스크로프트,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신 이 신비의 영광에 비할 때 모든 철학과 바리새인들의 엄격한 의는 배설물과 지꺼기에 불과하다! 예수 그리스도는 생명의 양식이다. 그러므로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이 우리의 영적인 허기를 채워줄 수 있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이 영적인 생명의 불꽃에 불을 붙일 수 있으며, 그것을 활활 타오르게 할 수 있다. 다른 모든 것은 돌이나 뱀에 불과하다.”

 

청교도들에게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구원의 도구일 뿐 아니라 영성의 삶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도구였다. 청교도들은 우리 안에 거하는 죄들을 죽이고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서 거룩한 삶을 살아가도록 만드는 가장 큰 영적인 힘이 바로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나온다고 믿었다. 오웬을 비롯한 청교도들은 믿음으로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바라보고 믿음으로 그리스도의 대속을 받아들일 때에 거기에서 참되고도 깊은 영성의 힘을 얻게 된다고 믿었다.

 

토마스 브룩스, “고난 받으시는 그리스도 안에는 우리를 완전하게 채워주고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충분함이 있다. 그리스도 안에는 가장 큰 가치와 부요함이 있다. 피흘리며 죽어 가는 그리스도 한 분 안에서 발견되는 탁월함이면 충분하다.” 존 오웬, “성경적인 영성을 형성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믿음을 행사하되 특별히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피, 그리고 십자가에 믿음을 행사하는 것이다. 즉, 십자가에 못 박히고 죽임을 당하신 그리스도를 믿는 것이다.”

 

- 이태복, 『영성 이렇게 형성하라』, pp 160-1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