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교도의 성경 읽기 / 이태복
청교도들이 영성 형성의 방법으로 가장 기초적이고도 중요하게 여긴 것이 성경 읽기이다. 나아가 광부가 광석을 찾아 땅을 파 내려가듯이 혼신의 힘을 기울여 성경을 연구하였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성경을 읽어야 할 뿐만 아니라 성경을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리처드 백스터, “성경을 연구하고 또 연구해야 한다. 성경에 기록된 진리가 어려울수록 더 열심히 연구해야 한다”. 토마스 보스톤, “성경을 단순히 읽지만 말고 깊이 파고들어 연구하라. 성경에 담긴 하나님의 마음을 알기 위하여, 그리고 그것을 당신의 삶에서 실천하기 위하여 성경을 연구하라. 수박 겉 핥기 식으로 성경을 읽지 말라. 당신의 마음과 삶에 철저히 적용하면서, 혼신의 힘을 다 기울여서 부지런히 성경을 읽으라. 가능한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하여 성경을 읽고 거기에 기록된 뜻을 이해하도록 하라. 표피적인 지식에 머물지 말고 깊이 파고들어 거기에 숨겨진 보화를 찾아내라.”
‘연구’는 단순히 머리에 성경 지식을 쌓는 건조한 작업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음에 하나님의 말씀을 쌓는 신령한 작업이었다. 우리 영혼에 ‘영적이고도 천상적인 진리들에 대한 거룩하고도 영적인 지식’(토마스 굿윈)을 쌓는 거룩한 작업이었다. 그들은 성경을 ‘우리 영혼을 비추는 거울’, ‘사탄을 대항하여 싸울 수 있도록 무기를 제공해주는 영적인 탄약고’, ‘영혼의 질병을 치료해 주는 만병 통치약’, ‘고뇌의 시간에 위로는 주는 최고의 약’, ‘’죄의 오염으로부터 영혼을 지켜 주는 거룩한 해독제‘로 철저히 믿었다. 토마스 브룩스, “오, 그러므로 다른 무엇보다도 성경을 상고하라. 성경을 묵상하라. 성경을 즐거워하라. 성경을 마음에 간직하라”.
청교도들이 성경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이유는, 오직 성경만이 하나님의 감동으로 기록된 책이요, 우리의 영성 형성에 생명을 공급해 주기 때문이다. 리처드 백스터, “성경에는 하나님의 성령의 탁월함이 다른 어떤 책보다 더 잘 나타나 있다. 그래서 다른 어떤 책보다 성경에는 우리에게 성령의 은혜를 전달해 주고 우리 안에 하나님의 말씀을 새겨 줌으로써 우리를 더욱 신령하게 만들어 주는 강력한 힘과 합당함이 있다. 성경은 우리를 하나님과 더 친밀하게 만들어 주고 우리를 하나님께로 더 가까이 인도해 주며 우리 안에 더 깊은 경외심과 진지함과 신앙심을 심어 준다. 그러므로 다른 어떤 책보다 성경을 마음으로 가장 사랑하며 가장 자주 손에 들고 읽어야 한다.”
청교도들은 성경통독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에 따라 성경을 읽고 연구하는 것을 즐거워하였다. 윌리엄 가우지는 평생 날마다 열 다섯 장씩 성경을 읽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아침에 다섯 장, 점심에 다섯 장, 저녁에 다섯 장씩 꾸준히 성경을 읽은 것이다. 루이스 베일리는 <경건의 실천>에서 말한다. 모든 성도들에게 매일 세 장씩 성경을 읽으라고 권면한다. 최소한 아침에 한 장, 점심에 한 장, 그리고 저녁에 한 장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말이다. “이해력을 가지고 성경 한 장을 읽고 적용하면서 묵상하는 것이, 의미나 목적도 파악하지 못한 채로, 또는 읽는 것을 자신에게 전혀 적용시키지 못한 채로 다섯 장을 대충 훑는 것보다 당신의 영혼을 더 배부르게 하고 편안하게 해 줄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당신이 매일 세 장씩-아침, 점심, 저녁에(시편은 세 장씩)-읽어간다면, 당신은 일 년에 모든 정경을 여섯 장만 남겨 두고 완독하게 될 것이다. 그 여섯 장은 그해의 마지막 날 읽을 분량에 더하여 읽으면 된다. 성경을 차례대로 읽는 것은 당신이 성경의 역사와 목적 모두를 이해하는 데 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들은 단순히 오늘 우리의 삶에서 당장 급한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성경을 연구하지 않았다. 또 단순히 윤리적으로 옳고 그른 것을 배워서 선한 인격을 개발하는 것을 성경 연구의 목표로 삼지도 않았다. 그들은 하나님 앞에서 우리의 죄를 발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은혜를 베푸신다는 복음의 놀라운 소식을 발견하는 것을 성경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로 삼았다. 베일리, “성경에서 읽는 모든 것을 다음 두 가지 주제 중 하나에 적용시키라. 즉, 당신의 믿음을 굳건하게 만들거나 당신으로 더욱 회개하게 만드는 것이다. 어떤 탁월한 철학자의 삶의 요점이 ‘인내 아니면 절제’였던 것처럼, ‘믿음 아니면 회개’가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전체 고백의 요점이다.”
청교도들은 성경을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를 강조하였다. 성경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읽으라고 주신 책이기 때문이다. 청교도들은 하나님의 임재 앞에서 경외심을 품고 성경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이렇게 성경을 읽는 사람은 성경을 머리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틀림없이 마음으로 그 진리를 익히고 실천할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청교도들은 개인적인 성경 연구가 교회의 공적인 설교를 대신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였다.헨리 스쿠더는 그의 책 <그리스도인의 매일 생활 지침>에서 “개인적으로 성경을 읽기 위하여, 또는 개인적으로 기도하기 위하여, 또는 개인적으로 유익하다고 생각되는 다른 의무를 위하여, 공적인 집회에서 선포되는 말씀을 듣는 일을 소홀히 하거나 무시한다면, 그런 셩경 읽기나 개인적인 의무에서는 아무런 복도 기대할 수 없다. 오히려 저주만 있을 뿐이다.” 이강력한 경고는 개인적인 성경 연구가 중요한 만큼 교회의 공적인 설교도 중요하다는 청교도들의 확신을 표현한 것이다. 스쿠더, “그리스도께서는 우리가 개인적으로 읽는 말씀과 공적인 모임에서 듣는 설교 모두를 사용하여 자기 백성을 거룩하게 하신다.”
고든 머셀, “개인적으로 주의 깊게 성경을 읽고 묵상하며, 그것으로 다른 성도들과 함께 교제하는 것이 청교도들의 풍성한 영성의 근원이었다.” 그들은 사막에서 우물을 파는 여행자처럼 개인적인 삶에서 자신이 소유한 성경책을 파고들어 거기에서 스스로 영적인 샘물을 마시고자 몸부림치는 사람들이었다.
청교도 토마스 맨튼, “구원받아야 할 영혼이 있다면 누구나 성경 읽기를 자신의 본분으로 삼아야 한다. 하나님의 말씀은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당신은 성경을 연구하고 즐거워해야 한다. 은혜의 모든 역사 가운데서 성령의 검만큼 효과적인 무기를 발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시의 적절하게 마음에 기억나고 힘을 주는 성경 말씀은 영혼의 큰 힘이 된다. 성경을 읽는 일에는 아무리 큰 열심을 낸다고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은 법이다. 무익한 삶을 살고 싶지 않다면, 생기 없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경솔하고 싶지 않다면, 또 스스로 연약해지지 않고 위로를 느끼고 싶다면, 그렇다면, 성경을 읽으라.”
- 이태복, 『영성 이렇게 형성하라』, pp 195-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