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복

교회 중심의 영성 형성: 주의 만찬의 중요성 / 이태복

강대식 2012. 9. 14. 17:39

청교도들은 설교 못지 않게 주의 만찬도 그리스도인의 영성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하였다. 토마스 왓슨, “주의 만찬은 하나님께서 제정해 주신 모든 규례 중에서 가장 신령하고도 감미로운 규례이다 주의 만찬에 참여할 때 우리는 그리스도의 인격과 좀 더 직접적으로 교통하게 된다. 물론 기도 시간에도 우리는 하나님께 가까이 나아간다. 그러나 주의 만찬에서 우리는 주님과 하나가 된다. 물론 기도 시간에도 우리는 그리스도를 바라보게 된다. 그러나 주의 만찬에서는 믿음으로 주님을 만지게 된다. 물론 설교 시간에도 우리는 그리스도의 음성을 듣는다. 그러나 주의 만찬에서는 우리는 주님을 먹고 마시게 된다.”

 

이처럼 청교도들은 비록 떡과 잔이라는 소박한 음식으로 차려진 주의 만찬이지만, 그 안에 그리스도인의 영성을 위한 모든 신령한 음식이 다 차려져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청교도들은 주의 만찬을 영적인 잔치로 여겼다. 월터 마샬, “주의 만찬은 우리의 믿음을 강화시켜 주고, 우리 안에 살아 계시며 역사하시는 그리스도를 따라 모든 거룩한 길로 행하도록 우리에게 힘을 공급해 주는 영적인 잔치이다.”

 

그들은 주의 만찬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을 세상에서 누리는 가장 위대한 특권으로 생각하였다.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기대하는 마음으로 주의 만찬에 참여하였고, 그 안에서 하나님이 주시는 모든 복을 마음껏 누리기를 소원하였다.

 

존 오웬, “하나님으로부터 부르심을 받아 그리스도의 죽으심을 전하고 나타내는 이 위대한 성찬식에 참여한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영광이며 특권이다. 내가 생각할 때 이것은 사람이 이 세상에서 참여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하고도 영광스러운 일이다. 하나님의 신성의 영광스러운 속성들의 모든 행동이 그리스도의 죽으심에 놀랍도록 총집결되어 있다. 하나님의 신성의 모든 속성들이 함께 만들어 낸 무한하면서도 지혜롭고 거룩한 합작품인 그리스도의 죽으심에 놀랍도록 총집결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를 성찬식으로 초대하시고는 거기에서 이렇게 놀라운 죽으심을 선포하고 드러내라고 말씀하신다. 그러므로 성찬식에 참여할 때 우리는 이 일에 우리를 초청하신 하나님의 마음을 숙지하고 온전히 반응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의 의무이다. 냉랭하고 경솔하며 태만한 마음으로 성찬식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우리를 여전히 성찬식으로 불러 주시는 하나님의 긍휼과 자비를 생각하면서 기쁜 마음으로 ‘이번 성찬식에서는 주의 죽으심을 나타내리라’라고 다짐해야 한다.

 

조지 스윈녹, “어떤 의무이든지, 그 의무를 행할 때 질투하시는 하나님을 우습게 여기고 함부로 행동하는 것은 악한 일이다. 특히 주의 만찬에서 그렇게 하는 것은 가장 악한 일이다. 왜냐하면 주의 만찬에는 인간의 마음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진지한 것들, 곧 아들을 내주신 성부 하나님의 극진하신 사랑과 죄에 대한 하나님의 공의를 만족시키기 위하여 그리스도께서 겪으신 극심한 고통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청교도들은 경외심을 품고 주의 만찬을 준비하였고, 또 경외심을 품고 주의 만찬에 참여하였다. 대부분의 청교도들은 성도들이 적어도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신중하게 대하고 준비하며 참여해야 한다고 믿었다. ‘주의 만찬에 참여하기 전에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주의 만찬에 어떻게 참여해야 하는가? 주의 만찬에 참여한 후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루이스 베일리는 이 세 가지를 각각 ‘준비’, ‘묵상’, ‘실천’이라고 부르면서 구체적인 지침을 제시하였다.

 

1. 준비

1) 주의 몸을 먹고 마신다고 표현되는 성찬의 존귀함을 숙고하라

2) 당신의 무가치함을 숙고하고 자기 자신을 살피라

3) 성찬을 합당하게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하여 어떻게 해야 할지를 숙고하라

 

2. 묵상

1) 어떻게 당신과 같은 사람이 그리스도의 거룩한 식탁에 손님으로 초대되었는지, 또 그리스도께서 얼마나 사랑스럽게 당신을 초대하였는지를 묵상하라 2) 하나님의 아들의 살과 피가 얼마나 존귀한 것인지 묵상하고, 당신의 영혼이 믿음으로 받아들이도록 주의 만찬에서 제공되는 분이 당신의 죄를 위하여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신 그리스도라는 사실을 묵상하라 3) 떡을 받아 먹을 때에는 믿음으로 그리스도를 붙들고 그리스도의 공로를 당신 자신의 비참함에 적용시켜 고침을 받도록 하라. 4) 잔을 마실 때에는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흘리신 보혈의 공로로 당신의 모든 죄가 사해졌다는 것을 묵상하고 믿으라

 

3. 실천

1) 교회에서, 청결한 마음과 순전한 사랑으로 그리스도를 당신의 마음에 모시고 개인적으로 하나님께 감사의 제사를 올려드리라 2) 집으로 돌아와서는, 이전에 범했던 죄를 다시 짓지 말며, 다음 성찬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라

 

나다니엘 바나디스톤에 관한 기록, “그는 주의 만찬을 철저하게 준비하였다. 대부분의 경우 주의 만찬이 있기 나흘 전부터 그는 밤에 골방으로 들어가 성경을 읽고 기도하고 자신의 영적 상태를 돌아보는 일에 모든 시간을 다 사용하였다. 그리고 가족들에게도 자신과 같이 행하도록 권면하였다.” 메리 비어에 관한 기록, “주의 만찬이 있기 전 일주일은 주의 만찬을 준비하는 데 온전히 사용되었다. 그 일주일 동안 그는 자신의 가정을 위하여 개인적으로 금식하거나 골방에서 아무도 모르게 금식하였다.”

 

그러나 청교도들은 절대 설교보다 성찬을 앞세우지 않았다. 토마스 왓슨,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를 포도나무이신 그리스도에게 접붙여 주는 역할을 하고, 주의 만찬은 우리가 그리스도에게 접붙여져 있음을 확증해 주는 역할을 한다. 말씀은 우리를 그리스도께로 이끌어 주고, 주의 만찬은 우리를 그리스도 안에서 강건하게 세워 준다.” 성찬은 말씀을 통해서 이미 이루어진 은혜를 확증하고 강화시켜 주는 차원에서 중요한 것이지, 결코 말씀의 역할을 대신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청교도들에게는 선포되는 말씀이 항상 가장 중요한 은혜의 통로였다. 주의 만찬은 귀로만 듣던 복음을 눈과 감각으로 경험하게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선포되는 말씀 다음으로 중요한 은혜의 통로였고, 선포되는 말씀이 있을 때에만 비로소 그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었다.

 

- 이태복, 『영성 이렇게 형성하라』, pp 270-2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