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성장에서 외적인 것들은 잎만 무성하게 할 뿐이다 / 토마스 굿윈
영적 성장은 입술의 고백이나 외적인 진보가 아니라 내적이고도 본질적인 경건을 통해 이루어진다. 외적인 것들은 잎만 무성하게 할 뿐이다.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열매를 맺어야한다. 뿌리가 땅속 깊이 뻗지 못하고 가지만 무성한 것은 진정한 성장이 아니다. 뿌리를 깊이 내리는 만큼 땅위의 가지도 번성해야 한다. 성장은 ‘나를 보는 바와 내게 듣는 바에 지나치게 생각’(고후12:6)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처음부터 다 지키지도 못할 공약을 남발하면서 몸에 맞지 않는 큰 옷을 입는다. 그들을 마치 코끼리의 피부처럼 처음부터 두껍게 태어나 평생 피하 조직만 키운다. 그러나 진정한 성장은 심장이나 간이나 피와 같이 생명과 직접 연관되는 기관에서 시작되어야 하며, 이러한 것들이 건강하게 자람으로써 겉모양도 자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장의 판단 기준은 바로 이와 같은 참된 경건이어야 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내적 요소에 대해 속고 있다. 이러한 요소들 중에는 겉으로는 그리스도에게 속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들이 많다. 처음 믿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모든 내적 요소들이 일사분란하게 동원되지만, 대부분의 경우 사심을 가지고 모여든 용병에 지나지 않다. 처음에는 사랑도 풍성하고 기쁨도 충만하며 슬픔도 어느 때보다 격렬하다. 처음에는 마음의 모든 요소가 주어진 사명을 위해 뛰어든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 그 세력이 약화되고 나서야 비로소 더욱 진실하고도 영적인 모습이 드러나는 것이다.
또한 처음에는 정신이나 새로운 은혜의 원리 같은 것들은 물론 육신에 이르기까지 모든 요소가 자극을 받아 모든 초점을 새로운 목적을 향해 맞춘다. 거듭나지 않은 요소도 한동안은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거듭나지 않은 사람이 일시적으로 신자로 보이는 것처럼, 거듭나지 않은 요소도 일시적인 신자가 된다. 그러나 이러한 영향은 일시적인 신자들과 마찬가지로 더 자라지 못한 채로 점차 소멸되고 만다.
죄를 애통해 하는 것은 비단 경건한 슬픔만이 아니다. 하나님의 진노를 감지한 육신적 슬픔도 거기에 동참한다. 그리하여 애통함이 더욱 커지는 것이다. 마술사 시몬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불신앙도 일시적으로는 믿는 척한다. 은혜에 속한 것들은 그 자체로 경이로운 것이지만, 여기에 막연한 추측과 의혹이 더해지면서 믿음의 겉모양을 확대시킨다. 그런데 이러한 요소들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한때 완전한 영적 무기력에 빠져 있던 진정한 자기부인을 뛰어 넘는 강력한 고뇌와 갈망이 되살아나기 시작한다.
이러한 내적 상태는, 이스라엘의 출애굽과 애굽에 내린 재앙과 모세의 부르심 앞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물론 수많은 애굽 사람들까지 영향을 받아 자기애에서 비롯된 이기적인 마음으로 여호와를 경외하고 ‘수많은 잡족’이 여호와를 섬기기 위해 이스라엘을 따라 나선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결국 그들은 민수기11:4에 기록된 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불평을 늘어놓고 대열에서 이탈하고 만다.
마찬가지로 사람이 처음에 회심할 때에는 잡족처럼 뒤섞여 있는 거듭나지 않은 육신적인 요소들이 새로운 목표와 하나님의 진노와 하늘의 기쁨을 통해 영향을 받아 덩달아 하나님을 섬기기 위해 이스라엘과 함께 나서지만, 얼마 안 가서 낙오하고 마는 것이다. 반면에 참된 이스라엘은 오히려 늘어날 수도 있다. 평탄한 시절에는 의혹과 추측이 믿음을 확장시키고 그것을 커 보이게 만들지만, 환난과 유기의 때가 오면 그런 것들은 다 떨어져 나가고 만다. 결국 믿는 요소는 줄어들지만 예전보다 더욱 신실해지는 것이다.
불을 피울 때 처음에는 온 집안에 연기가 가득하지만 일단 불이 붙기 시작하면 연기는 조금씩 사라지고 열기가 가득하게 된다. 그리스도는 어린 신자들의 내면을 이와 같이 ‘꺼져 가는 심지’(마12:20)로 비유하셨다. 처음에는 그들의 직무에 대한 기쁨과 죄에 대한 애통함과 하나님에 대한 사랑이 요란하지만 지나치게 세속적이다. 그러나 그 후에 일어나는 불꽃은 비록 작지만, 이기적이고도 부패한 자기애로 인해 혼탁해지지 않고 더욱 순수하게 커져 가는 것이다.
- 토마스 굿윈, 『그리스도인의 성장』, pp 105-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