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백스터

은혜를 핑계로 아무 것도 하지 않으려는 자들에게 / 리처드 백스터

강대식 2012. 9. 20. 11:16

불경건한 자들이 내세우는 가장 일반적인 핑계가 있다. “우리는 하나님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은혜를 주시지 않는다면 우리는 은혜를 받을 수 없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원하신다면 우리가 곧 회개하게 될 것이다. 하나님께서 우리가 구원받도록 예정해 놓지 않으셨다면, 그리고 우리가 회개하도록 정하지 않으셨다면, 어떻게 우리 스스로 회개하거나 구원받을 수 있겠는가? 구원은 원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행하는 자에게 베풀어지는 것도 아니다.”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자세히 말씀 드리겠다. 비록 여러분은 자신을 치료할 수는 없지만, 자신에게 상처를 입히거나 독을 마시게 할 수는 있다. 여러분의 마음을 거룩하게 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다. 그렇다면 여러분의 마음을 부패시키는 자는 누구인가? 여러분은 스스로를 치료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에 고의로 독을 마시겠는가? 만일 여러분이 죄로 인해 망가진 것을 고칠 수 없다면, 여러분이 죄를 더욱 억제하고 죄를 짓지 않도록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한다.

 

물론 여러분이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 없이 회심할 수는 없지만, 여러분은 하나님께서 자신이 정하신 거룩한 수단을 통하여 은혜 주신다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만 한다. 그리고 일반 은혜를 통하여 여러분은 외적인 행동과 그러한 은혜의 수단을 사용하는 가운데 죄를 더 많이 짓지 않도록 억제할 수 있다.

 

참으로 여러분은 실제로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힘쓰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여러분이 술집에 가지 않을 수도 있고, 입을 막고 술을 마시지 않을 수도 있지 않는가? 또 여러분으로 하여금 죄를 짓게 만드는 친구를 사귀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은가? 여러분이 하나님의 말씀을 들은 후에 집으로 돌아와 들었던 말씀을 생각할 수도 있고, 여러분의 상태나 영원한 문제에 대해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은가? 여러분은 날마다, 아니면 적어도 주일만큼은 좋은 책을 읽거나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러므로 여러분은 여러분이 할 수 있는 것을 다했다고 말할 수 없다.

 

비록 여러분이 은혜 없이 하나님께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여러분의 고의적인 범죄와 무시로 인해서 하나님의 은혜와 도우심을 상실할 수 있다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만일 여러분이 할 수 있는 것을 하지 않는다면, 여러분은 하나님의 은혜로 더 많을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부인하는 셈이다.

 

여러분은 반드시 하나님의 뜻이 목적과 수단을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함께 결합시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결코 아무나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거룩한 자를 구원하시며, 아무나 멸망시키는 것이 아니라 거룩하지 않은 자를 멸망시키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다. 여러분이 구원받을 것인지 받지 못할 것인지가 하나님의 뜻에 따라 결정되는 것처럼, 올해 여러분의 농사가 잘될지 안 될지, 또는 여러분이 얼마나 오래 이 세상에 살게 될지도 영원전부터 가지고 계신 하나님의 뜻에 의해서 결정된다.

 

그런데 누군가가 밭을 갈지도 않고 씨를 뿌리지도 않고서 “만일 하나님께서 내 토지에서 곡식을 거두게 할 뜻을 가지고 계신다면, 내가 밭을 갈고 씨를 뿌리든 그렇지 않든 간에 열매가 맺힐 것이다”라고 말한다면, 혹은 “만일 하나님께서 내가 살 것이라는 뜻을 가지고 계신다면, 내가 먹든지 먹지 않든지 나는 살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내가 죽어야 한다는 뜻을 가지고 계신다면, 먹는 것도 내가 사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면, 여러분은 그를 바보라고 생각할 것이다.

 

여러분의 영혼으로 모험을 하기 전에 먼저 여러분의 몸으로 시험해 보라. 먼저 여러분이 음식을 먹지도 않는데 하나님께서 생명을 유지시켜 주시는지, 여러분이 아무런 수고와 노력도 하지 않는데 곡식을 주시는지, 여러분이 여행을 하지도 않았는데 목적지까지 도달하도록 해 주시는지를 시험해 보라. 그리고는 이런 것들에 대해 자신할 수 있게 된다면, 하나님께서 주시는 은혜의 수단을 부지런히 사용하지 않은 채로 가만히 앉아서 “우리는 자신을 거룩하게 할 수 없다”라고 말하는 데도 하나님께서 여러분을 천국에 데려가시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시험해 보라.

 

사람이 본래 자유로운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지성인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의지는 외부의 강제적 힘으로부터 자유롭게 스스로 결정하는 원리이다. 그러나 의지는 악한 성향으로부터 자유롭지는 않다. 의지는 습관적으로 하나님과 거룩에 대해서 반대하고, 세속적이고도 육적인 것에 끌리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의지는 곧 죄악된 편견의 노예인 것이다.

 

아, 슬프다. 분명히 말씀드리건데, 우리에게는 바른 성향과 습관적인 자발성으로서의 영적이고도 도덕적인 자유의지가 없다. 만일 여러분에게 악한 경향으로부터 자유로운 의지가 있다면, 제가 여러분의 구원 문제와 관련하여 여러분을 설득하는 이런 책을 쓸 필요도 없을 것이다. 슬프게도, 우리가 설교하고 설득하면서도 불경건한 자들에게는 이러한 영적인 자유의지가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들이 가진 의지와 의지의 경향성으로는 죄를 지을 수 밖에 없다. 여러분이 죄짓기를 원하면 원할수록, 여러분의 의도적으로 죄를 지으려 하면 할수록 여러분은 더 나빠질 것이며, 형벌 역시 더욱 커질 것이다.

 

- 리처드 백스터, 『회심』, pp 47-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