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강해·존스

기적 끝에 홀로 남겨진 베드로(행12:10-12)/로이드 존스

강대식 2015. 6. 11. 07:19

 

기적은 하나님의 때에 일어난다. 본문의 이야기에서 천사는 베드로가 잠들어 있을 때 그를 찾아왔으며, 베드로는 그저 천사를 따라가기만 했다. 하나님께서는 기적을 행하실 때 언제나 먼저 움직이신다. 사도들이 내일이나 혹은 어떤 날에 기적을 행할 것이라고 먼저 공표하는 것을 결코 볼 수 없다.

 

지나간 교회의 역사를 보면 모든 부흥과 각성의 때에는 동일한 일이 있었다. 교회 역사에는 특별하고도 초자연적인 때가 있는데, 그것은 예기치 못할 때 찾아온다. 부흥이 오는 것이다. 부흥은 어느 때인가 왔다가 사라지며, 그후에 교회는 아주 일상적인 시기를 지나게 된다. 그런 다음 또다시 부흥이 찾아온다.

 

사람들은 부흥이 오게 할 수 없다. 사람들이 모임을 가지고 조직을 구성할 수는 있겠지만 그런 식으로 부흥을 만들어 낼 수는 없다. 사람은 부흥의 결과를 인식할 수 있을 뿐, 부흥을 만드시는 분은 오직 하나님이시다.

 

하나님은 언제나 인간이 스스로 할 수 없는 일을 행하신다. 인간이 스스로 어떻게 할 수 없는 무언가에 직면할 때 기적의 요소가 개입한다. 옥에 갇혀 있는 베드로는 아무것도 시도할 수 없었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이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을 바로 그때, 기적적이고도 이례적인 방식으로 역사하신다.

 

기적은 인간의 능력이 충분한 시점에서 멈추게 된다. 그때 인간은 홀로 그 상황에 직면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 본문이 제게 주는 큰 감명을 주는 이유이다.

 

이에 베드로가 정신이 들어

베드로가 스스로 자신의 지성을 사용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게 되자 천사는 떠났다. 천사는 그를 마가 요한의 어머니의 집까지 인도해 주지 않았다. 베드로는 스스로 행동하고 있다. 기적은 인간의 능력이 충분한 바로 그 시점에서 멈추게 되고, 거기에서 인간은 스스로 행동하도록 남겨지는 것이다.

 

이 본문의 교훈은 명백하다. , 우리가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끊임없이. 기적적이고 초자연적인 현상만이 일어나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터무니없는 극단적인 태도가 개입될 위험이 있다. 기적은 이례적인 것이지 일상적인 것이 아니다. 기적은 우리가 스스로 행동하고 생각할 수 있는 시점에서 멈춘다. 기독교인의 삶을 기적적인 현상의 연속이라고 간주해서는 안 된다.

기적이 발생할 때, 사람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의식하지 못하는 기계적인 상태가 된다. 자신이 왜, 혹은 어떻게 해야 할지를 인식하지 못한다. 그러다가 본문의 베드로처럼 제 정신이 들 때에야 비로소 이성적으로 사고하기 시작하고, 자신에게 일어난 기적적인 일의 중대성을 제대로 깨닫게 된다.

 

이 일은 회심의 경험과 연관지어 설명할 수 있다. 그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아채는 감각은 있지만, 일어나고 있는 일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지 못한다. 또한 아주 고조되고 무언가에 빠져드는 듯한 분위기를 느낀다. 그러나 그 모든 일의 중대성을 제대로 깨닫는 것은 나중에 그가 그 일에 대해 생각하고, 성경을 읽고, 기독교 신앙과 교리를 이해하면서부터이다.

 

회심의 경험 자체가 하나님께서 우리의 죄를 담당하도록 독생자를 보내셨다는 영원한 사랑의 깊이를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그를 아는 지식에서 자라면서’(벧후3:18) 비로서 우리는 하나님의 영원한 사랑에 대해 깨닫고 이해하기 시작한다. ‘깨닫는것은 그리스도인의 삶에 있어서 별개의 차원이라는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가 기계처럼 행동하는 것을 원하지 않으신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두뇌와 지성을 주셨으며, 생각하고 조리를 따져 보는 능력을 주셨다. 우리가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이 하나님이 주신 인간의 지성과 이해력을 한순간에 버리는 것을 의미할까? 그런 일은 하나님의 창조 사역과도 모순되는 일이다. 하나님께서는 어떤 일은 그분 자신만이 할 수 있도록 정하셨다. 그리고 하나님이 그 일을 행하신 후에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고 추론하고 묵상할 수 있도록 어떤 일들을 우리에게 남겨두셨다.

 

그러므로 우리는 여기에서 하나님의 행동과 인간의 행동이 완벽하게 섞여 있는 볼 수 있다. 불가능한 일은 오직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지만, 사람이 자기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조차 하나님이 행하시기를 기대하며 기다리기만 하는 것은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안락의자에 앉아서 하늘이 열리기만을 기다리면서 세월을 보내는 것은 비극이다. 베드로가 그랬던 것처럼, 깨닫기만 한다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이 명백해질 때에도 말이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은혜와 지혜를 주셔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우리가 하도록 하셨으며, 또 그렇게 하기를 기대하신다.

 

하나님께서 여러분을 위해 불가능한 일을 행하시고 여러분을 스스로 설 수 있는 곳으로 인도해 주셨다면, 그분은 여러분이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여 안전한 장소로 찾아가기를 기대하실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잘못된 길에 빠지지 않는 길이며, 신앙생활에 있어서 속절없는 부침(浮沈)을 피하는 올바른 길이다.

 

기적이 이루어진 후에, 하나님이 부여하신 재능과 능력을 부여받은 상태에서 홀로 남겨질 때에, 우리는 두려움과 떨림으로 구원에 이르기를 힘써야 한다.

 

- 로이드 존스, 위기의 그리스도인, 지평서원, pp 60-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