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장 칼빈주의의 윤리
초기 종교 개혁자들은 ‘윤리’라는 단어와 ‘교리’라는 단어를 분리하지 않았다. 교리와 삶을 하나로 보았던 것이다. 성경적 교리는 그리스도인의 삶에 필요한 기초이자 근원이요, 거룩한 삶은 건전한 교리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것으로 여겼다. 종교 개혁자들은 인간의 도덕적 행실을 신적 계시로 가르쳤고, ‘오직 성경, 오직 은혜, 오직 믿음, 오직 그리스도, 그리고 오직 하나님께 영광’이라는 위대한 진리들을 적용했다.
1. 성경적, 신학적 배경
‘하나님 중심’이란 칼빈주의와 관련된 모든 것을 특징짓는 단어이다. 하나님의 주권이 모든 실재와 역사와 존재의 시작과 진행과 마지막을 결정한다. 만물의 목적이며, 특히 그리스도인의 삶의 목적인 ‘하나님의 영광’은 개혁주의 윤리학의 포괄적 주제이다. 하나님의 광대한 능력과 지혜와 지식을 바울은 이렇게 노래한다. “이는 만물이 주에게서 나오고 주로 말미암고 주에게로 돌아감이라 그에게 영광이 세세에 있을지어다. 아멘.”(롬11:36). 만일 하나님과 하나님의 주권이 칼빈주의 윤리의 심장이라면, 신자와 그리스도와의 연합은 그 심장의 혈관이라 할 수 있다. 그리스도와의 연합은 백성들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믿음과 거듭남에 관련된 성령의 역사하심과 함께 시작된다. 신자들은 그리스도에게 접붙여지고, 그분의 살아 있는 몸인 교회의 일원이 된다. 또한 그리스도께서는 성령을 통해 백성 안에 내주하시고, 은혜로 말미암아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설교와 성례를 통한 복음으로 그들을 양육하신다. 그러므로 칭의와 성화는 칼빈주의 윤리학의 모든 것을 떠받치는 기둥과도 같은 것이다.
그리스도와 함께 연합된 자들 안에서 이뤄지는 하나님의 형상의 회복이 복음의 목적이요 구원의 목적이며, 그리스도인의 삶의 충만한 표현이다. 이 형상은 하나님이자 사람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의 사역을 통해 가장 완전하게 드러난다. 그리스도 안에 있는 새로운 피조물로서, 신자들은 그들의 창조주의 형상과 그들의 구주가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형상을 따라 ‘의와 진리와 거룩’으로 새롭게 된다. 그리스도께서 행하신 모범을 따르는 것이 바로 칼빈주의 윤리의 본질이다.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것은 죄에 대하여는 죽고 하나님에 대해서는 감사로부터 흘러나오는 순종의 삶을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스도께서 영광 가운데 다시 오실 때까지, 그리스도인의 삶은 십자가를 자랑하는 모습을 띠게 될 것이다(갈6:14). 신자가 자기를 부인하고 하나님의 섭리에 따라 핍박과 고난, 특히 복음을 위한 시험을 참고 인내할 때, 그는 자아와 죄에 대하여 매일 죽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육체의 죽음이 존재의 마지막이 아니며, 보이는 이 세상이 전부가 아니기에 신자들은 이중적 비전을 지니고 살아간다. 그들은 그리스도와 함께할 미래의 복된 삶을 묵상하면서 오늘 이 땅에서의 사명을 묵묵히 감당하며 살아간다. 더욱이 신자들은 그들의 순종에 뒤따르는 하나님의 상급을 기대하면서 믿음과 고난 가운데 인내하는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이 상급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로 주어지는 것이며, 그 은혜에 대한 신자의 사랑의 분량에 따라 주어진다. 개혁주의 윤리는 하나님의 종이며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그리고 성령의 도우심으로 말미암아 ‘세상을 정복하고 다스리라는 신자의 청지기적 소명’을 실행한다.
2. 하나님의 율법
하나님의 율법은 그리스도인의 행동 양식의 표준이다. 율법은 하나님의 성품과 그분의 완전한 의를 계시한다. 율법은 하나님의 불변하시는 거룩과 의를 나타내기 때문에 영원히 지속된다. 그리고 율법은 모든 인간의 양심 속에서 선과 악을 증거함으로써 그 권위를 행사한다. 정의와 평등의 도덕적 원리조차 그것이 올바로 해석되고 이해되고 실행되기 위해서는 특별 계시의 빛을 필요로 한다. 타락한 죄인들이 성경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령의 인도하심이 필요하다.
칼빈주의 윤리는 하나님의 율법의 세 가지 역할을 제시한다. 첫째, 율법은 고삐와 재갈처럼 거듭나지 못한 자들의 악함을 제어한다. 둘째, 율법은 거울처럼 사람들에게 그들의 죄와 예수 그리스도의 필요성을 보여 준다. 셋째, 율법은 지도처럼 구속받은 하나님의 자녀들을 하나님 앞에서 신실하게 살아가는 길로 인도한다. 예수 그리스도는 최고의 율법해석자이시다. 산상수훈 설교를 통해 예수님은 하나님께서 요구하시는 율법의 의와 범위를 가르치셨다. 그리스도는 율법을 자신의 의로 바꾸셨고, 자신의 사랑으로 율법의 심장이 되게 하셨다.
주석가들은 율법을 설명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규칙을 이끌어냈다.
- 오직 그리스도만이 율법을 온전히 성취하셨다. 외형적 율법 준수에 만족하지 않으시기에 십계명은 반드시 영적으로 설명되어야 한다. 하나님께서는 율법에서 우리의 마음을 찾으신다.
- 하나님을 향한 사랑에 대한 계명들이 우리 이웃들에 대한 계명들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 모든 계명의 출발점과 목적은 사랑이다. 하나님은 우리의 마음과 영혼과 뜻과 힘을 다한 사랑을 찾으신다. 칼빈주의 윤리는 우리 이웃을 위한 사랑이 오직 하나님을 향한 사랑에서 기인하며 하나님을 향한 사랑이 필연적으로 우리 이웃을 향한 사랑을 낳는다고 주장함으로써 십계명의 두 돌판을 분리하지 않는다.
3. 양심
칼빈주의 윤리는 구체적인 상황에 성경적 원리를 적용하는 것을 포함한다. 개인 윤리의 측면에서 칼빈주의자들은 도덕적 반성과 평가에서의 인간의 양심의 중요성을 인식했다. 양심은 개인의 도덕적 책임에 대한 사람의 능력으로서, 그의 행동을 인정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내적 권위이다. 인간의 양심은 법정에 앉아 있는 재판장과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러나 죄가 양심에 영향을 끼쳐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인간의 양심은 반드시 거듭남과 회심을 통해 하나님에 의해 새롭게 갱신되어야만 한다. 양심은 하나님의 말씀 없이는 신뢰할 만한 도덕적 안내자가 될 수 없다. 그래서 불신앙은 양심을 파괴하고 마비시키며, 반면 참된 믿음과 깨끗한 양심은 함께 일하는 것이다. 우리의 영혼이 하나님의 말씀을 통하여 회심하고 정결하게 되며 새로워질 때, 양심이 정결하게 된다. “만일 음식이 내 형제를 실족하게 한다면 나는 영원히 고기를 먹지 아니하여 내 형제를 실족하지 않게 하리라”(고전8:13). 칼빈, “우리의 자유를 절제할 필요가 있을 때,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다른 이들을 위해 유익할 때, 우리의 자유를 절제해야만 한다.” 성경은 잘못된 행위에 대한 양심의 판단을 제한하고 묵살하는 화인 맞은 양심에 대해서도 말씀한다(딤전4:2). 칼빈주의 윤리는 성경의 형상을 띤 양심의 권위를 존중한다.
4. 하나님의 나라
칼빈주의 윤리는 신자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그들의 참된 부르심으로 회복된다고 가르친다. 칼빈주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이 세상의 집이 있지만 절대 그곳을 고향으로 생각하지 않는 순례자로 살아갈 것을 상기시킨다. 이 세상에서 부르심을 성취하는 일은 개인적인 노력이 아니라 공동체적인 활동이다. 지리적으로 신자들의 공동체는 전 세계에 산재해 있으며, 역사적으로는 구원 역사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 중심은 예수 그리스도이시며, 그 영역은 우주적이다. 개혁주의 신앙고백서와 신학자들은 이것을 하나님의 나라, 즉 하나님의 왕국이라고 부른다.
하나님의 나라는 이 세상에서 이뤄지는 하나님의 통치와 지배를 의미한다. 창조 때부터 시작된 하나님의 지배는 타락 이후로 악에게 대적을 받아 왔지만, 죄와 사탄과 지옥의 권세를 이기신 예수 그리스도의 승리를 통해 회복된다.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거듭남과 믿음으로 역사하는 거룩이 필요하다(요3:3,마7:21).
‘이미’ 이루어진 왕국은 왕이신 예수님의 승리와 즉위로 말미암아 예고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나 아직(not yet)’이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읽을 때 무엇인가 더 이루어져야 할 왕국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지금 우리가 만물이 ‘아직’그에게 복종하고 있는 것을 보지 못하고”(히2:8). ‘그러나 아직’의 나라는 모든 영광 안에서 그분의 나라를 통치하실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실 때 완전히 성취될 것이다. 그리스도의 이 현재적이고도 미래적인 사역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도전과 확신을 준다.
5. 하나님 말씀의 윤리
칼빈주의 윤리는 근본적으로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되는 하나님 말씀의 윤리이다. 성령께서는 말씀을 통한 그리스도의 사역에서 임하는 영속적인 유익을 적용함으로써 교회의 순종을 더욱 강력하게 하신다. 하나님의 주권에는 인간의 책임이 포함된다. 따라서 우리는 하나님의 섭리로 통치되는 세상에서 인간의 거룩과 순종에 유익한 성경의 강조를 장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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