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퍼킨스(William Perkins, 1558-1602)의 언약 사상과 경건/ 원종천
윌리엄 퍼킨스는 청교도주의의 아버지라 불리운다. 그는 케임브리지 대학의 교수로서 17세기 청교도 지도자들을 양산해 내는 영적 아버지 역할을 했다. 퍼킨스의 언약 사상이 어떻게 경건을 유발시키는 노력을 했는지 살펴 본다. 그의 책 『금사슬』(Golden Chaine)에 소개되었다. 퍼킨스는 철저한 이중예정론자였고, 펠라기우스주의, 루터교회 그리고 로마교회의 오류에 대항하여 이 글을 썼다. “하나님의 언약은 어떤 조건 하에 영생을 얻는 것에 관한 인간과의 계약이다. 이 언약은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하나님의 인간을 향한 약속과 인간의 하나님을 향한 약속이다. 하나님이 인간에게 하시는 약속은 인간이 어떤 조건을 이행하면 당신은 그의 하나님이 되시겠다고 맹세하시는 것이다. 인간이 하나님에게 하는 약속은 그가 하나님에게 충성을 서약하고 그들 사이의 조건을 이행하겠다고 맹세하는 것이다.”
칼빈의 예정론 영향 아래 있음에도 불구하고 퍼킨스는 언약사상을 통해 인간의 능동적인 참여를 강하게 유발시키려 했다. 이것은 청교도 반 체제운동(classis movrment)으로부터 전환되어 개인 경건을 도모하는 새로운 개혁방법이었다. 퍼킨스는 예정론의 부작용인 인간의 수동성과 운명론으로 인한 무기력증을 타파하고, 언약사상을 통하여 인간의 책임과 의무를 강조하며, 하나님 앞에서 윤리와 경건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촉구하는 것이었다.
퍼킨스는 이제 언약을 ‘행위언약’(the covenant of works)과 ‘은혜언약’(the covenant of grace)으로 나눈다. “행위언약은 완전순종의 조건으로 만들어진 하나님의 언약이고, 이 조건은 윤리법으로 표현된다. 윤리법은 인간에게 그의 본질과 행동에서 완전한 순종을 명령하는 하나님 말씀의 부분이고, 그 이외에는 어떤 것도 금한다. -- 율법은 두 부분으로 되어 있다. 그것은 순종을 요구하는 법과 그리고 순종과 결합되어 있는 조건이다. 그 조건은 율법을 완성하는 자들에게는 영생이고, 율법을 범하는 자들에게는 영원한 죽음이다. 십계명은 모든 율법의 축소판이요 행위언약이다.”
이 율법은 하나님께서 자신과 인간의 관계를 형성시키시는 방법이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율법을 완전히 지켜 행위언약의 이러한 방법으로는 구원에 이를 수 없다. 그러면 행위언약의 내용인 율법의 용도는 무엇인가? 첫째는 죄를 알게 하는 것이고, 둘째는 육신에 의한 죄를 더욱 크게 나타내는 것이고, 셋째는 불순종하는 자들에게 하나님의 영원한 형벌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다. 그러나 거듭난 자들에게는 율법의 용도가 달라지는데, 그것은 그들로 하여금 하나님께서 받으실 만한 새로운 순종의 길로 인도하는 것이다.
행위언약은 더 이상 인간에게 구원의 방법으로는 사용될 수 없지만, 행위언약의 율법은 회개하여 거듭난 자들에게는 새로운 순종으로 이끌어주는 중요한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행위언약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은혜언약에 들어가기 전에 인간은 행위언약을 거치게 되어 있고, 행위언약에서 자신의 부족함과 죄악을 깨닫고 회개하여 은혜언약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행위언약 하에 있는 인간이 받게 되는 하나님의 영원한 정죄로부터 인간은 어떻게 해방되는가?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죄를 회개함으로 이루어진다. 이것은 은혜언약으로 하나님께서 그리스도와 그분으로부터 나오는 모든 유익을 약속하는 것인데, 이것을 얻기 위하여는 믿음과 회개가 조건이 되는 것이다.
퍼킨스에 의하면, 은혜언약은 ‘유언’(testament)이라고 불리울 수 있는데, 그것은 ‘유언자’(testator)의 죽음으로 확정되기 때문이다. 이 죽음으로 우리는 하나님의 일방적인 은혜를 받는다는 것이다. “은혜언약은 하나님께서 그리스도와 그의 유익을 인간에게 값없이 약속하시는 것으로 인간은 믿음으로 그리스도를 받아들이고 그의 죄들을 회개함으로 언약이 체결되는 것이다. -- 이 언약은 또한 유언으로 만들어졌다: 이것은 유언적 본질과 특성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이것은 유언자의 죽음으로 확증되기 때문이다. 둘째로, 이 언약에서 우리는 하나님에게 무엇을 제공한다든지 또는 중대한 어떤 것을 약속하는 것이 아니고, 단지 받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사람의 마지막 유언이 유언자를 위한 것이 아니고 상속자를 위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퍼킨스가 그의 언약사상에서 신학적으로 칼빈과 유사한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퍼킨스의 행위언약 사상은 칼빈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것이었다. 행위언약을 십계명으로 연결시켜 믿는 자에게는 그들의 경건의 삶에서 언약적으로 꼭 지켜야 하는 것으로 강조했고, 믿지 않는 자들에게는 필히 이것을 거쳐서 자신이 하나님 앞에 진노의 대상이라는 것을 깨닫게 하여 은혜언약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경종을 울린 것이다. 언약의 쌍무적 성격을 강조한 츠빙글리나 불링거에도 행위언약이라는 개념은 없었다. 그들은 언약을 하나의 언약으로 보았기에 퍼킨스의 시도처럼 행위언약을 통하여 모든 사람들에게 강력한 도전과 경건을 추구하는 것은 없었다. 퍼킨스에게 중요한 것은 언약신학의 존재 이유였다. 그에게 언약신학의 비중은 칼빈보다 훨씬 크고, 그 용도는 예정론을 더 피부에 와닿게 구체화시키는 것이었으며, 그 이유는 성도들의 신앙생활에 경건을 불러일으키며 신학의 개념이 삶과 경건으로 직결되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이 부분에서 퍼킨스의 언약신학은 16세기 종교개혁자들과 다르며 그들을 능가하고 있다.
행위언약의 율법은 회개를 통하여 은혜언약의 주인공인 그리스도에게로 인도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만일 당신이 진정으로 영생을 갈구한다면: 첫째, 철저한 하나님의 율법으로 당신 자신과 자신의 삶의 모습을 자세히 점검하고, 당신의 눈으로 하여금 죄의 마땅한 결과인 저주를 보게 하여 당신의 곤경을 통곡하며, 영원한 행복을 얻을 수 있는 자신의 힘이 없음을 깨달음으로써, 자신을 부인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찾고 그에게 가야 하는 것이다.”
행위언약의 율법은 은혜언약에 속해 있는 성도들에게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율법은 이미 은혜언약에 속한 성도들의 삶을 인도해주고 자신을 점검해 주는 기준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자녀가 된 사람에게도 행위언약은 경건의 추구를 위하여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더욱이 이 확인과 점검에는 율법을 놓고 이성적으로 판단해 보는 지각적인 활동보다는 인간의 깊은 내적 체험인 성령의 역사가 더 중요하게 나타난다. 이미 은혜언약 안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자신의 구원의 확신을 위하여 성령께서 자신의 심령에 죄사함의 확신, 하나님의 자비 체험, 그리고 얼마나 죄와 투쟁하고 있는가 등을 점검할 것을 촉구한다.
퍼킨스에게 성도들의 내면 점검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리스도를 아는 것은 그를 육신적으로 만짐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택함 받은 자들이 성령에 의하여 그들의 마음 가운데 죄사함과 그리스도 안에서 그들을 향한 하나님의 무한하신 자비가 설득된 영적으로의 확신을 의미한다. -- 유기된 자들의 하늘나라에 대한 지식은 일반적이고 혼동된 지식이다. 그러나 택함 받은 자들의 지식은 순결하고, 확실하며, 분명하고 그리고 구체적이다. 이것은 감정과 내적 체험으로 그것을 알기 때문이다 — 죄와 싸워 이기는 방법은 자기 자신을 부지런하게 점검하는 것이다.”
알미니안주의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퍼킨스에게 하나님 주권과 은혜의 강조는 성경적인 것이었고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또 한 측면에서 보았을 때, 당시 청교도들의 눈에 영국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철저한 영적이고 윤리적인 개혁과 거룩한 삶의 추구였다. 헨리 8세가 로마 천주교와 분리한 지 반 세기가 지난 상황에서 영국교회는 개혁다운 개혁이 없었고 신앙적으로 윤리적으로 허약하기 이를 데 없었다. 교회정치 제도를 개혁하기 위한 반 체제운동은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고 이제 필요한 것은 영적이고 내면적이며 윤리적이고 개인적인 경건 추구의 개혁운동이었다. 이것을 위하여 행위언약의 활용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경건을 추구하는 매우 성경적이면서도 당시의 상황에서 필요한 신학적 작업을 했던 것이다.
원종천, ‘청교도 언약사상; 개혁운동의 힘’, pp 4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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