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판 차녹

스테판 차녹, 『거듭남의 본질』, 손성은역, 지평서원, 2007

강대식 2012. 5. 28. 11:29

추천의 글(윤종현교수)

 

진정한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를 아는 자요, 그를 아는 자는 그와 한 몸이 되어 이미 연합된 자이며, 그리스도의 피를 성령의 역사를 통해 믿음의 통로로 날마다 수혈받는 자들이다. 바로 이러한 그리스도인들은 더 이상 ‘내가 아니라 내 안에 계신 그리스도를 존귀케 하기 위해 호흡하고 살아가는 존재’인 것이다.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산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이라”(갈2:20)

 

오늘날 한국 교회가 16,17세기 청교도들의 삶과 행적, 그리고 그들의 가르침을 깊이 묵상하고 고민하며 삶에 적용해야 할 당위성과 필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청교도들은 당대의 로마 가톨릭의 형식주의와 비성경적인 신학과 이에 대한 미온적 개혁활동에 머무른 영국 국교회를 거부하며 진정 살아 있는 예배, 성령이 친히 이끄시며 성령의 임재를 체험하고 하늘의 능력과 소망과 힘을 공급받는 예배의 갱신을 부르짖으며 주어진 현실 속에서 순교의 잔을 주저 없이 마시며 살아갔던 신앙의 선진들이었다. 이러한 예배의 갱신은 신앙고백으로 이어졌고, 신앙고백의 갱신은 삶의 갱신과 희생과 헌신의 모습으로, 그리고 저 영원한 내세에 대한 철저한 소망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안타깝다. 한국 교회는 거듭남의 필요성과 본질이 너무나 왜곡되어 있는 것 같다. 특히 거듭남, 즉 중생은 칭의와 아울러 성화로 나아가는 출발점임에도 불구하고, 칭의에 그쳐 버림으로써 세상을 향한 빛과 소금의 역할에 대한 책임감과 의무를 상실한 듯하다. 청교도들의 작품은 철저하게 칼빈주의이자 개혁주의적 신학에 입각하여 하나님과 그리스도, 그리고 성령의 위상과 사역에 관하여, 인간의 정체성과 교회론과 앞으로 닥칠 종말론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묘사하되, 단순히 조직신학에 머무르지 않고 모든 성도들이 깨닫고 인식하며 삶에 적용할 수 있도록 실천신학적 맥락에서 이를 잘 제시해 주고 있다.

 

따라서 진정한 그리스도의 성도들이 되기를 원한다면 성경을 꾸준히 읽는 일과 병행해서 호흡이 끊기는 그 순간까지 청교도들의 경건서적들을 매우 열심히, 그리고 세밀하게 탐독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성도는 자신의 내적 변화를 경험할 뿐만 아니라 세상이 감당할 수 없는 놀라운 능력의 사람으로 새롭게 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바이다.

 

차녹의 전집 편집자의 말이다. “경건은 그의 생애의 장석이었고, 유용성은 그의 사역의 특징이었으며, 그가 그처럼 자주 설교하였던 복음은 그가 죽음을 맞이하는 시간의 위로였다.”

이 “거듭남”이라는 작품은 거듭남의 신비와 정체성에 관하여 당대의 최고의 신학자이자 청교도신학의 완성자로 불리던 존 오웬의 작품 가운데서 발견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세밀하고도 예리하게 분석하고 있다.

 

스테판 차녹은 이 작품을 통하여 거듭남에 대한 정확한 본질과 의미를 가르쳐 주고 있다. 그는 거듭남과 칭의, 그리고 성화를 일목요연하게 연결시키고 있다. 즉, 이 세 가지 구원적 요소는 상호 분리할 수 없는 연결 고리를 형성하고 있음을 철저하게 논증하고 있다. 특히 4,5장을 통해 저자는 거듭남은 입술의 고백이 아닌 삶의 실제적인 변화가 출발되는 시점이며 어둠이 빛으로 모든 사람들 앞에 나타나는 변화임을 논증하고 있다. 이러한 거듭남은 내적인 변화를 통해 삶의 원리와 목적과 사고가 변화하는 것으로, 새로운 피조물로 빚어진 내면의 변화는 외적인 변화를 창출시키게 됨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거듭남의 변화는 단순히 종교적 소신의 변화, 도덕적인 변화 또는 회복의 개념이 아니라 창조적 개념의 변화를 의미하고 있음을 철저하게 논증해 주고 있다.

 

그는 거듭남에 대한 점검에 필요한 시금석으로서, 자기 자신이 생각하는 내용을 철저하게 들여다봄으로써 이전에 좋아하였던 것들을 지금은 혐오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자기 점검 작업의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자신의 삶의 변화는 어느 정도인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므로 죄 된 습관과 마음속에 내재된 죄의 법, 죄를 짓게 하는 옛 뱀의 본성이 날마다 죽고, 하나님의 법과 성품과 습관의 법이 내 속에서 활화산처럼 일어나고 있는지를 살펴볼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러한 시금석, 즉, “과연 내게 하나님과 닮아가기를 바라는 뜨거운 열망이 있는가? 하나님의 통치의 기쁨을 느끼며 살아가는가? 하나님을 향한 나의 사랑은 어느 정도인가? 내적이고도 영적인 의무들에 대한 나의 자세는 어떠한가? 말씀에 대한 나의 반응 정도는? 내 마음과 생활에 어떠한 거룩함의 요소들이 있는가? 등과 같은 믿음의 시금석을 통해 거듭남에 대한 확신과 성화에 대한 갈급함으로 삶을 채워 가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있다.

 

- 스테판 차녹, 『거듭남의 본질』, pp 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