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복

신비주의 영성을 경계하라 / 이태복

강대식 2012. 6. 3. 17:41

 모든 종류의 신비주의 영성은 매우 깊이 있고 성경에 근거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성경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지 않기 때문에 결국 우리를 성경에서 벗어난 영성으로 끌고 가 버린다. 이런 신비주의 영성은 우리로 하여금 기독교 신앙의 가장 근본적인 원칙, 곧 오직 성경에 근거하여 우리의 영성을 형성해야 한다는 하나님의 원칙을 깨뜨리게 만드는 것이다.

 

20세기 미국이 배출한 탁월한 조직신학자 벤자민 워필드는 신비주의 영성의 근본적인 특징을 이렇게 설명한다. “신비주의자들은 기록된 성경에 담긴 하나님의 객관적인 계시를 자신들의 종교적인 체험으로 대체하고, 그것을 하나님을 아는 지식을 얻는 원천으로 삼는다. 혹 여기까지 나아가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최소한 명백하게 계시된 말씀을 하나님을 아는 지식에 관하여 직접적이지 못하고 설득력이 없는 통로로 여기고 자신의 종교적인 체험을 더 우위에 둔다. 그 결과 신비주의자들을 외적인 계시의 가치를 완전히 무시하지는 않더라도 상대적으로 그 가치를 축소시킨다.‘

 

청교도들의 설교와 신비주의자들의 글을 읽어보면, 한 가지 두드러진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청교도들의 설교는 모든 내용이 성경에 기초하고 있으며 성경을 수없이 인용하지만, 신비주의자들의 글은 성경에 기초를 빈약하게 두고 있으며 성경보다는 신비주의자들의 이론을 인용한다는 것이다. 때로는 신비주의 영성이 성경을 굉장히 소중히 여기는 것처럼 떠벌리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전혀 다른 입장을 취한다. 신비주의 영성은 삶과 실천의 영역에서 실제로 성경을 절대적인 권위로 삼지 않는다. 신비주의가 성경을 성령에 종속시킨다는 것은 성경에서 가르치지 않는 것도 영적인 것이면 얼마든지 수용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신비주의 영성에 관한 책을 자세히 살펴보면, 성경적인 근거가 없는 방법들을 기독교 영성에 끌어 들여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쉬운 예가 신비주의 영성 전도사 리차드 포스터의 기도하는 법이다. “편안한 자세로 앉아 천천히 심호흡을 하면서 당신이 숨쉬고 있다는 것을 느껴보라. 이렇게 하면 당신은 당신의 몸과 교감을 이루게 될 것이고, 당신 안에 긴장감이 어느 정도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최대한 머리를 뒤로 천천히 젖히면서 숨을 깊이 들이마시라. 그런 후에는 당신의 턱이 가슴에 닿을 때까지 머리를 천천히 숙이면서 숨을 내쉬라. 이런 동작을 여러 번 반복하면서 마음속으로 다음과 같이 기도하라. ‘주님, 기하학 시험에 대한 제 두려움을 내뱉습니다. 그리고 주님의 평안을 들이마십니다. 저의 영적인 무감각을 내뱉습니다 그리고 주님의 빛과 생명을 들이마십니다.’

 

성경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읽어 본 사람이라면, 성경 그 어디에서도 이런 식의 기도를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신비주의 영성에 빠지는 사람들은 서서히,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아주 노골적으로 성경의 가르침이 아닌 것에 대해서도 문을 활짝 열게 된다. 왜냐하면 신비주의 영성은 ‘오직 성경으로’라는 개신교 영성의 가장 근본적인 조항을 부인하거나 소홀히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비주의 영성 훈련에는, 성경에서 발견할 수 없고 추론해 낼 수도 없는 이상한 것들이 많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깊은 영성을 추구하는 과정에 우리는 신비주의 영성을 지극히 경계해야 한다.

 

- 이태복, 『영성 이렇게 형성하라』, pp 66-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