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교도들은 주일을 거룩하게 지키는 방식에 민감하였다. 주일에 풍성한 은혜가 공급되기 때문에, 그렇게 복된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하여 최선을 다해야 했다. 그래서 많은 청교도 목회자 들은 어떻게 주일을 성수해야 하는지 깊이 고민하였고, 주일 성수 지침을 자세하게 작성하여 설교하고 가르쳤다. 1668년에 존 웰스(John Wells)는 이사야 58장 13,14절 말씀을 자세히 강해한 「실천적인 주일 성수」를 저술하였다. 놀라운 것은 이 책의 분량이다. 작은 글씨로 787쪽이나 되었다. 다른 대표적인 청교도 영성 생활 지침서에도 주일 성수에 대한 자세한 지칭과 설명이 빠지지 않았다.
청교도들은 율법이 반포되기 전부터 안식일 계명이 있었고 또 세상 끝날까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어야 할 십계명 안에도 그것이 포함되어 있는 만큼, 일주일 중의 하루를 거룩한 안식일로 지키는 것은 모든 시대의 모든 사람이 지켜야 할 보편적인 의무라고 보았다. 다만 구약에서는 일주일 가운데 일곱째 날을 안식일로 지켰으나 예수님의 부활 이후에는 일주일 가운데 첫날을 안식일로 지키도록 변경되었을 뿐이며, 안식일의 본래 취지나 거룩하게 지키는 방식은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청교도들은 주일을 ‘그리스도인의 안식일’ 이라고 즐겨 불렀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21장7절에는 청교도들의 이런 확신이 잘 나타나 있다.
“일반적으로 하나님께 예배하기 위하여 적당한 부분의 시간을 거룩하게 구별하여 하나님께 예배하는 것이 자연법에 합당하다. 하나님께서는 그분의 말씀을 통해서 모든 시대의 모든 사람들에게 의무를 지우는 적극적이고도 도덕적이며 영구적인 명령으로, 칠일 가운데 하루를 안식일로 특별히 지정하시고 거룩하게 지키라고 명하셨다. 이 하루는 창세부터 그리스도의 부활까지 일주일의 마지막 날이었으나, 그리스도의 부활 이후부터는 일주일의 첫날로 바뀌었다. 성경이 주의 날이라고 칭하는 이날은 그리스도인의 안식일로 이 세상 끝까지 계속되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청교도들은 주일을 거룩하게 지키는 방식이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키는 구약의 방식과 같아야 한다고 확신하였다. 그래서 청교도들은 출애굽기 20장에 기록된 십계명과 이사야 58장 13절, 그리고 느헤미야 13장 15-22절을 근거로, 주일 성수의 방법을 확정지었다. 이렇게 확정된 주일 성수 방법이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21장 8절에 기록되어 있다. “하나님 앞에서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킨다는 것은 주일이 되기 전에 마음을 합당하게 준비하고 일상적인 일을 정돈한 후에 직업과 여가와 관련된 모든 일과 말과 생각을 접고 하루 종일 거룩한 안식을 지킬 뿐 아니라 모든 시간을 공적인 예배와 사적인 예배, 또는 부득이한 의무과 자선의 의무에 사용한다는 것이다.”
주일 성수의 구체적인 실천을 논의할 때, 청교도들은 그 실천 방법을 세 단계로 나누어서 고민하였다. 첫 번째 단계는 주일을 합당하게 준비하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주일에 모든 일을 쉬는 것이다. 세 번째 단계는 주일의 쉼이 무위로 끝나지 않고 하나님을 섬기는 데 전적으로 드려지도록 영성 생활에 도움이 되는 은혜의 방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 이태복, 『영성 이렇게 형성하라』, pp 282-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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