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과 그분이 행하시는 것을 보고 그분이 누구이신지를 아는 것은 계시에 의존한다. 이것은 누구나 예수님의 사역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계속해서 “지혜 있는 자’는 알지 못하는(“숨김”) 반면에, “어린아이”는 안다(“계시됨”)는 역설을 말씀하셨다(마11:25). 하나님이 계시의 주체자이시기 때문이다. 하나님과 예수님의 독점적인 앎과 제자들이 예수님을 종말론적인 인물로, 그리고 그분의 사역을 종말론적인 행위로 알게 된 것은 “아들의 소원”과 ‘아버지의 뜻”에 의해 계시를 받았기 때문이다. 종말론적인 지식은 하나님의 선물이다.
도이취(Deutsch)는 아버지에게서 아들에게, 다시 아들에게서 어린아이에게 이르는 계시의 전달을 추적하면서, 여기에 사용된 “어린아이”는 지혜의 초심자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메시지를 받아들인” 사람들과 “예수님에 의해 보냄을 받은 메신저들”을 가리킨다고 바르게 지적한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계시로 받게 된다. 그러나 외인들에게는 그 비밀을 깨닫는 것이 철저하게 막혔다.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계시하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복음서에서 ‘비밀”은 감춤과 계시 문제와 관련이 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그 비밀이 종말론적 실체인 하나님의 나라(“하나님 나라의 비밀”)와 연결되었다는 데 있다. 하나님나라의 비밀은 그 나라가 더 이상 기다림과 예언의 차원에 속하지 않고, 지금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에 현존하는 종말론적인 비밀이다. 그 비밀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에게 얼마든지 계시된다. 그러나 그분이 종말론적인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비밀은 여전히 감춰져 있다. 예수 그리스도는 자신이 하나님 나라를 가져왔으며, 그래서 어떤 의미에서 예수님 자신이 그 나라를 구현했다고 선언하신다. 말하자면, 예수님은 감춰진 하나님 나라의 비밀 자체이시고, 그 비밀을 계시한 분이시다.
이 내용은 비단 복음서 저자들만 아니라 신약의 저자들(특히, 바울)도 인정하고 공유하던 진리이다. 퀘스넬(Quesnell)은 복음서에 등장하는 “비밀”을 “십자가를 통한 구원 계시 즉, 고난을 당하시고 죽으시고 부활하신 주님의 실제적인 사실로써 사람들에게 계시된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의 비밀”이라고 정의하면서, 바울과 (복음서 저자인)마가 모두 신약의 비밀의 공통적인 정의를 공유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된 이유를 웬햄(Wenham)은 바울이 초대교회 전통에서 특별히 주목되는 씨 뿌리는 자 비유에서 예수님의 하나님 나라 교훈을 알았고, 하나님 나라 비밀 계시에 관해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가르쳐주신 복음서 전통에 친숙했을 것이라는 사실에서 찾는다.
- 오광만, 『하나님의 비밀, 그리스도』, pp 7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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