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교도들은 영성 형성에서 설교와 주의 만찬을 강조했을 뿐만 아니라 특별히 주일 성수를 대단히 중요하게 강조하였다. 이르보니 모간(Irvonwy Morgan)은 청교도들의 영성에 대해 이렇게 평한다. “기독교 역사에 존재했던 모든 제도적인 교회뿐만 아니라 그 어떤 기독교 분파보다도 청교도들은 경건과 영성을 위하여 주일 성수를 중요한 핵심으로 여겼다”. 청교도들은 그리스도인이 주일을 어떻게 지키느냐에 따라 그 영성이 성장할 수도 있고 쇠퇴할 수도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실제로 철저한 주일 성수를 통하여 개인과 교회의 영성을 강건하게 형성하고자 노력하였다.
루이스 베일리는 “주일을 철저하게 지키는 것은 모든 영성의 어머니요 교회 안에서의 선한 훈련이다”라고 말한다. 윌리엄 가우지는 “경건의 생명력은 주일을 거룩하게 지킬 때 유지되고 보존된다”라고 말한다. 또 헨리 스쿠더는 “우리의 속 사람이 은혜 안에서 성장하고 강해질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바로 주일 성수이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토마스 맨튼도 이렇게 말한다. “만일 영성에 도움이 되는 영적 훈련을 하고 싶다면, 주일을 거룩하게 구 별하여 지키는 것이야말로 가장 좋은 훈련 중 하나이다. 주일을 거룩하게 지키지 않기 때문에 한 주간이 세속적인 삶으로 채워지는 것이다. 주일을 아무렇게나 보내는 것이야말로 당신이 가책을 느끼고 있는 바 가볍고도 형식적인 영성을 산출하는 주요 원인이다”.
루이스 베일리는 이렇게 말한다. “물론 주일 자체가 평일보다 더 특별히 복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특별히 그날을 다른 날보다 더 거룩하게 사용하도록 지정해 주셨다. 마치 성찬식에서 우리가 먹는 떡이 거룩한 목적을 위하여 거룩하게 구별되었기 때문에 우리가 집에서 먹는 떡보다 더 거룩하고 탁월한 것처럼, 하나님께서 주일을 거룩하게 구별해 주셨기 때문에 그날이 다른 날보다 더 탁월한 것이다”.
청교도들은 주일 성수가 그리스도인에게 줄 수 있는 놀라운 유익도 끊임 없이 강조하였다. 종교개혁자 존 칼빈은 주일의 의미를 세 가지로 설명하였다. 첫째, 주일은 영원한 안식의 모형이다. 둘째, 주일은 영적인 의무를 감당 해야 하는 날이다. 셋째, 주일은 다른 사람들에게 안식을 제공해 주는 날이다.
청교도들은 주일이 우리의 영성을 풍요롭게 하고 진작시키기 위해서 하나님께서 열어 주시는 은혜의 축제일이라는 측면을 크게 강조하였다. 그들은 주저하지 않고 주일을 ‘영혼의 장날(market day of soul)’ 이라고 불렀다. 토마스 왓슨, “주일은 우리의 영혼을 위한 장날이며, 모든 날 중에서도 가장 복된 날이다 ...... 이날은 영혼의 축제일이다. 이날에 우리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모든 은혜를 발견한다. 평일에는 대부분 생업과 관련된 이 땅의 일을 하지만, 주일에는 온전히 하늘의 일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평일에는 짚을 주울 뿐이지만, 주일에는 진주를 얻게 된다 ...... 주님께서 우리에게 자기 자신을 많이 계시해 주시는 날이 바로 주일이다. 사도 요한이 성령에 충만하여 주님을 만난 것도 주일이었다(계1:10) ..... 이날에 거룩한 정서들이 우리 마음에 일어나고 은혜가 점점 쌓이게 되며, 마음에 쌓인 부패가 약해지고 사탄이 말씀의 권위 앞에서 번개처럼 떨어진다. 그리스도께서는 안식일에 가장 많은 기적을 행하셨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오늘날에도 그리스도는 주일마다 죽은 영혼을 다시 살리시고 돌같이 굳어진 미음을 살같이 부드럽게 만드신다. 그러므로 우리가 이 날을 얼마나 존귀하게 여기고 경외해야 하겠는가! 주일은 세상에 있는 모든 다이아몬드보다 더 귀하다. 하나님께서는 다른 날보다 주일에 더 많은 기쁨의 기름을 부어 주신다.”
청교도들은 주일을 거룩하게 지키는 방식에 민감하였다. 주일에 풍성한 은혜가 공급되기 때문에, 그렇게 복된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하여 최선을 다해야 했다. 그래서 많은 청교도 목회자들은 어떻게 주일을 성수해야 하는지 깊이 고민하였고, 주일 성수 지침을 자세하게 작성하여 설교하고 가르쳤다. 1668년에 존 웰스(John Wells)는 이사야 58장 13,14절 말씀을 자세히 강해한 「실천적인 주일 성수」를 저술하였다. 놀라운 것은 이 책의 분량이다. 작은 글씨로 787쪽이나 되었다. 다른 대표적인 청교도 영성 생활 지침서에도 주일 성수에 대한 자세한 지칭과 설명이 빠지지 않았다.
청교도들은 율법이 반포되기 전부터 안식일 계명이 있었고 또 세상 끝날까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어야 할 십계명 안에도 그것이 포함되어 있는 만큼, 일주일 중의 하루를 거룩한 안식일로 지키는 것은 모든 시대의 모든 사람이 지켜야 할 보편적인 의무라고 보았다. 다만 구약에서는 일주일 가운데 일곱째 날을 안식일로 지켰으나 예수님의 부활 이후에는 일주일 가운데 첫날을 안식일로 지키도록 변경되었을 뿐이며, 안식일의 본래 취지나 거룩하게 지키는 방식은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청교도들은 주일을 ‘그리스도인의 안식일’ 이라고 즐겨 불렀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21장7절에는 청교도들의 이런 확신이 잘 나타나 있다.
“일반적으로 하나님께 예배하기 위하여 적당한 부분의 시간을 거룩하게 구별하여 하나님께 예배하는 것이 자연법에 합당하다. 하나님께서는 그분의 말씀을 통해서 모든 시대의 모든 사람들에게 의무를 지우는 적극적이고도 도덕적이며 영구적인 명령으로, 칠일 가운데 하루를 안식일로 특별히 지정하시고 거룩하게 지키라고 명하셨다. 이 하루는 창세부터 그리스도의 부활까지 일주일의 마지막 날이었으나, 그리스도의 부활 이후부터는 일주일의 첫날로 바뀌었다. 성경이 주의 날이라고 칭하는 이 날은 그리스도인의 안식일로 이 세상 끝까지 계속되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청교도들은 주일을 거룩하게 지키는 방식이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키는 구약의 방식과 같아야 한다고 확신하였다. 그래서 청교도들은 출애굽기 20장에 기록된 십계명과 이사야 58장 13절, 그리고 느헤미야 13장 15-22절을 근거로, 주일 성수의 방법을 확정지었다. 이렇게 확정된 주일 성수 방법이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21장 8절에 기록되어 있다. “하나님 앞에서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킨다는 것은 주일이 되기 전에 마음을 합당하게 준비하고 일상적인 일을 정돈한 후에 직업과 여가와 관련된 모든 일과 말과 생각을 접고 하루 종일 거룩한 안식을 지킬 뿐 아니라 모든 시간을 공적인 예배와 사적인 예배, 또는 부득이한 의무와 자선의 의무에 사용한다는 것이다.”
주일 성수의 구체적인 실천을 논의할 때, 청교도들은 그 실천 방법을 세 단계로 나누어서 고민하였다. 첫 번째 단계는 주일을 합당하게 준비하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주일에 모든 일을 쉬는 것이다. 세 번째 단계는 주일의 쉼이 무위로 끝나지 않고 하나님을 섬기는 데 전적으로 드려지도록 영성 생활에 도움이 되는 은혜의 방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 이태복, 『영성 이렇게 형성하라』, pp 279-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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