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 교회에 자신을 전달하시는 그리스도의 영광
우리가 이 땅에서 믿음으로 바라보고 내세에서 직접 보게 될 그리스도의 영광 가운데 또 하나는, 자신과 자신의 중보적인 모든 유익들을 신자들의 영혼에 전달하셔서 현재의 행복과 장래의 영원한 복락을 누리게 하신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신자들이 그리스도의 것이 되는 것과 같이 그리스도께서 신자들의 것이 된다. 그것이 바로 교회의 생명과 영광과 위안이다.
사도는 그리스도와 교회 사이의 교통과, 그로 인하여 그 둘 사이에 존재하게 된 연합에 대하여 말하면서, 이것이 ‘큰 비밀’임을 확증하였다. “이 비밀이 크도다 나는 그리스도와 교회에 대하여 말하노라”(엡5:32). 나는 이 신비로운 교통의 원인과 방식과 방편들에 대하여 매우 간단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1. 옛창조와 새창조 사이의 조화와 상응성
1) 옛창조에 나타난 신적 교통과 영광
모든 존재와 능력과 선하심과 지혜는 본래 본질적으로, 그리고 무한하게 하나님 안에 있었다. 그것들이 하나님의 다른 모든 성품의 완전한 요소들과 함께 그분의 핵심적인 영광의 내용이 된다.
옛창조는 전능하신 능력으로 말미암아 무한한 지혜로 자신의 존재와 그 선하심과 영광을 드러내기 위하여 지음 받은 만물에 자신을 전달하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옛창조는 지극히 영화로웠다(시91:1, 롬1:20 참고). 그리고 자신의 존재와 선하심과 능력을 하나님께서 만물에 계속 전달하심으로써 이 질서를 지속시키시는 일에 있어서 그분은 그러한 것들을 처음 창조하셨을 때와 다름없이 영화로우시다(행14:15-17, 17:24-29 참고). 피조물을 처음에 창조하셨을 때에 피조물들이 그 종류대로 만들어지도록 보전하고 간직하시는 일은 하나님의 영의 특별한 돌보심에 속한 일이다. 이렇게 하나님께서는 피조물을 만들고 보전하는 일에 이런 신적 교통을 베푸심으로써 자신의 영광을 드러내신다.
2) 새창조에 나타난 신적 교통과 영광
①성부와 그리스도, 그리고 그리스도와 교회 사이의 교통
새로운 창조의 샘이요 근원인 모든 선하심과 은혜와 생명, 빛과 자비와 능력은 모두 본래부터 하나님 안에 있었으며, 이것들은 교회의 머리이신 그리스도에게 가장 먼저 전달되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이것들의 충만이 그리스도 안에 거하는 것을 기뻐하시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모든 새로운 창조가 바로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지게 하신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본질의 거룩한 속성들을 통하여 자신의 영광을 나타내려 하시는 신적 지혜의 첫 번째 발현이다.
새로운 창조와 그 새롭게 창조하신 것들을 보전하기 위한 모든 선하심과 은혜와 빛과 능력과 자비의 보고(寶庫)이신 그리스도에게 이러한 것들이 전달되었다. 모든 좋은 것들이 바로 그리스도 안에 쌓여 있고, 그 안에 감추어져 있으며, 그 안에 거하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그런 좋은 것들이 그리스도로부터 신비로운 몸(교회) 전체로 전달되었다. 이것이 바로 새로운 창조 속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기 위하여 신적 능력이 처음으로 발휘된 경우이다.
②선택의 경륜
선택의 경륜은 새로운 창조의 덩어리(아직 세분화되지 않은 재료)를 준비한 것과 같다. 후에 그 덩어리, 또는 재료가 성령의 능력으로 말미암아 각각의 모든 존재로 나뉘어 모양이 지어졌다. 그들만이 교회를 구성하는 영광스러운 성원이다.
③신적 교통의 영광스러운 질서
그러므로 이것은 신적 교통의 영광스런 질서이다. 아버지 안에 있는 무한하고도 영원한 지혜와 은혜와 선하심과 사랑으로 나오는 모든 효력들이, 바로 그 목적을 위하여 아들의 인격과 중보 사역 속에 쌓인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것들을 실제로 적용하는 일을 맡으신 성령께서는 새로운 창조의 대상으로 정해진 모든 이들에게 생명과 빛과 능력과 은혜와 긍휼을 전달하신다. 여기에 복되신 성삼위일체의 영광스러운 진리가 있다. 그 신적 교통들의 영광스러운 질서를 보면서 우리는 말로 다 형용할 수 없는 영광을 꾸준히 묵상할 수 있는 것이다.
2. 교회에 그리스도의 영광을 전달하시는 방식(방편)
우리 편에서는 우리가 믿음으로 그리스도를 영접한다고 말한다.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요1:12). 우리가 그리스도를 받아들이고 그것이 자비롭게 우리에게 허락되어야 그분이 우리에게 전달되신다.
그러나 모든 것은 근원은 성부의 의지적이고도 주권적인 행동, 곧 성부의 기뻐하심과 은혜이다(엡1:4-6). 이것은 은혜의 방식과 모든 신적인 작용들의 질서와 방법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것이 되시고 우리와 교통하시는 일은, 본래 성부의 값없는 은혜의 행동과 허락과 재가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여기서 여러 가지 일들이 동시에 발생한다. 사도는, 성부께서 자신이 택한 백성들 모두에게 그리스도와 그리스도의 중보적 직무의 모든 유익들을 전달하여 주심으로써 그 백성들 안에서 자신의 은혜의 영광을 나타내려고 뜻을 정하셨다고 선언한다(엡1장 참고). 다시 말하면, 성부께서는 택함 받은 모든 백성들을 그리스도에게 허락하사 그의 백성이 되게 하셨다. 그로 인하여 그리스도께서는 자신을 그 백성들에게 전달하기 위하여 필요한 일을 하고 그에 수반되는 수고를 당하셨다. 그리고 모든 신자들은 주어진 약속과 정해진 복음의 법칙과 규율에 따라 그리스도께 참여하는 것을 보증받게 되었다. 또한 그리스도와 그리스도 안에 있는 이익과 모든 것을 확실히 함께 누리게 되었다.
선택된 백성들의 영혼 속에서 믿음을 일으키고 창출하는 전능하신 능력의 행사가, 능히 복음으로 말미암아 그들에게 제시되고 전달되는 그리스도를 영접하게 만든다. 그런 식으로 그리스도와 교회가 교통하게 되는 것은 성부의 영원하신 뜻과 지혜와 은혜와 능력의 열매이다.
그러나 특히 우리는 자신의 지혜와 사랑과 겸손의 영광을 나타내는 그리스도의 행동들을 살펴보려 한다.
첫째, 그리스도께서는 그들에게 자신의 성령을 전달하여 주신다. 성령께서는 고유한 그리스도의 영이시며, 아버지의 허락으로 그리스도 안에 충만하게 거하게 되셨다. 성령께서는 본래 고유한 격위로 거하시면서 자신의 작용과 능력의 효력들을 무한하게 나타내신다. 바로 그 성령을 그리스도께서 모든 신자들에게 주심으로써 그들 안에 거하게 하셨다(요14:14-20, 고전6:17, 롬8:9 참고). 그리하여 그리스도와 모든 신자들 사이에 깨질 수 없는 분명한 연합이 필연적으로 존재하게 된 것이다. 곧 그리스도께서 성육신하심으로써 인성을 자신의 인격으로 받아들이신 것 같이, 이 성령으로 말미암아서 우리의 인격으로 그리스도와 신비로운 연합을 이루도록 받아들이셨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그리스도께서는 말할 수 없이 영화로우시다. 머리이신 그리스도 안에 성령께서 거하시고,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 안에도 같은 성령께서 거하심으로써 그 몸 전체를 살아나게 하시는 이 신비는, 진정 신적 지혜의 말로 다 할 수 없는 영화로운 열매인 것이다.
둘째, 그리스도께서는 그러한 일을 통하여 우리 안에 새로운 성품, 곧 자신의 성품을 형성시키심으로써 자신을 우리에게 전달하신다. 물론 그리스도 안에는 그 성품의 모든 영광스러운 요소들이 절대로 완전하다. 그러나 교회의 경우에는 그리스도께서 그 성품을 전달하시는 분량의 정도가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런 점에서 다르지만 동일한 신의 성품이 그리스도 안에 있고, 우리 안에도 있다. 복음의 보배로운 약속들을 따라서 우리가 그리스도의 신의 성품에 참여하는 자가 된 것이다. 이것이 성경이 증언하는 ‘새사람, 새로운 피조물, 신의 성품, 성령으로 거듭난 영, 그리스도의 형상으로 변화됨, 그리스도로 옷 입음,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께서 지으신 것’에 대한 설명이다(요3:6, 롬6:3-8, 고후3:18, 5:17, 엡4:20-24, 벧후1:4 참고).
신자들 안에서 그렇게 형성된 성품, 곧 새로운 하늘에 속한 성품은 성령께서 그리스도와 신자들에게 똑같이 거하심으로써 생겨난 연합의 생명력 있는 최초의 효력이다. 그 성품이 우리 안에서 산출되는 것은 바로 그리스도로부터 우리에게 발산되어 전해지는 능력과 덕과 효능으로 말미암는다. 이것이 우리에게 자신을 전달하시는 참으로 놀라운 하늘에 속한 방식이다. 이런 방식을 통하여 그리스도께서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와서 우리에게 지혜와 의로움과 거룩함’(고전1:30)이 되셨다.
그 일로 인하여 우리는 참으로 복되고 매력적인 사람들이 된다. 그리스도께서는 자신을 주심으로써 자신의 교회를 ‘거룩하게 하시고 자기 앞에 영광스러운 교회로 세우사 티나 주름 잡힌 것이나 이런 것들이 없이 거룩하고 흠이 없게 하실’(엡5:27 참고) 방도를 마련하셨다. 교회의 순결과 아름다움과 거룩함과 내적인 영광이, 그리스도께서 자신의 형상을 우리 안에 형성시키심으로써 자신을 우리에게 교통시켜 주시는 데 달려 있는 것이다. 이로 말미암아 모든 교회의 순결과 아름다움과 거룩함과 내적인 영광은, 겉으로만 신앙고백과 종교적인 의무들을 감당하여 진정한 교회에 속한 것처럼 보이는 자들과 본질적이고도 실질적이며 내적인 면에서 구분되는 것이다.
셋째, 그리스도께서는 실제로 자신을 그 일에 연관시킴으로써 그 일을 행하신다. 교회에 자신을 전달하시는 데는 두 가지 일이 수반된다. 하나는 복음의 은혜와 능력으로 말미암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복음의 법과 제도로 말미암는 일이다.
전자의 경우는, 그리스도께서 부단하게 영적 생명과 지원, 활동과 은혜 안에서 강한 것을 계속 공급하여 주시는 것이다. 주님께서 친히 포도나무 비유를 통해 신적으로 이 사실을 가르쳐 주신다(요15:1-5 참고). 곧 그리스도께서는 자신의 모든 충만함으로 전체 교회와 교회의 모든 지체들과 항상 지속적으로 교통하신다. 그리하여 영적 생명의 모든 목적과 의무들을 영위하게 하시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이 사는 것이 아니라 그들 안에 계신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다. 그들이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다(갈2:20 참고).
후자의 경우는, 복음의 법과 복음적 제도로 말미암아 일어나는데, 그리스도의 의와 중보 사역의 모든 열매들을 우리에게 전가하여 주시는 일이다. 나는 여기서 그리스도와 신자들이 사랑으로 말미암아 서로 안에 존재하게 된다고 말하는 바이다. 하나님의 성령으로 말미암아 신자들의 마음속에 하나님의 사랑을 부어 주심으로써 신자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이 전해진다. 그리고 그에 대하여 동일한 성령의 전능하신 능력으로 말미암아 그들 속에서 그리스도를 향한 사랑이 우러나오게 된다. 참으로 그 속에 그렇게 깊은 신비와 영광이 서려 있다.
이렇게 해서 그리스도께서 자신을 교회에 전달하여 주시는 이 신비로운 일 가운데 나타나 그리스도의 영광의 사례들을 몇 가지만 제시하였지만, 이것만으로도 우리 심령이 충분히 그 영광을 볼 수 있으며, 거룩한 감탄과 감사로 넘치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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