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우리의 교회사 서술은 왜 이 지경이 되었는가? /권현익
이런 가짜 자료와 가짜 뉴스에 말려든 안일한 교회사가(家)들의 분별력 없는 주장들
또한 즐비하다. 또 이것들을 아무런 검토나 확인 절차도 없이
저들이 부르는 대로 받아써 내려온 게으른 후배들의 안일함은 더 처참하다.
이들은 참으로 오랫동안 역사적 사실들을 더 깊이 묻어 버렸고,
그렇게 덮은 채로 그 위에 켜켜이 먼지를 쌓아 올렸으며,
시간이 흐르면서 재미도 관심도 없어지도록 만들어,
컴컴해진 수백 년(중세 암흑) 시대로 치부하며, 그저 외면하고 살도록 다독이고 부추겼다.
19세기 개신교회 주요 교회 역사가로서 이 시대 역사에 관하여
로마 교회를 대변하다시피 했던 필립 샤프는 그 중요한 예가 되는데,
그는 일례로 다음과 같은 애매한 입장을 고수한다.
“바울인들은 마니교와 마르키온파의 일부 전승을 물려받은 듯하다.”
그리고 그는 바울인들의 주요 교리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첫째, 이원론이 근본 원리로서 두 창조자가 존재한다는 것,
둘째, 육체를 악한 정욕의 좌소로 규정했다는 것,
셋째, 실제의 몸을 갖지 않고 공기와 같은 천상의 육체를 입고 이 땅에 오셨다는 믿음,
넷째, ‘하나님의 어머니(데오토크스)’는 성모가 아니라 천상의 예루살렘을 상징하는 것,
다섯째, 구약 성경은 데미우르고스라는 악한 조물주의 사역의 결과물로 간주하여 배척하였고,
이를 인용한 베드로를 거짓 사도로 간주하였던 것” 등이다.
그러나 그가 세상을 떠나기(1893년) 두 해 전인 1891년에
『진리의 열쇠』 수사본이 발견되었고, 1898년 그 내용이 영어로 번역되어
‘바울인들’의 신앙과 교리를 완전히 새롭게 이해하고 해석해야 할 국면이 열렸다.
그럼에도 필립 샤프 본인은 물론, 오늘날까지 이를 제대로 다룬 개신교회의 역사가들이
별로 없었고, 현대 세계 개신교회의 한 본류를 자처하는 우리 입장에서 보더라도
이런 중요한 문서를 한국어로 제대로 다룬 연구나 논문조차 거의 전무하다는
이 현실이 참으로 뼈아프다. 현실을 더 알게 될수록
이것이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 사실 자체에 더큰 공포를 느끼게 된다.
역사적 사실과 그 현장의 실제 상황을 확인하기보다는
자신들이 처했던 현재 시점에서 해석하고 처신하는 데 있어서
안전한 선택에 더 천착했을 것으로 보이는 후배 역사가들이 꾸준히 존재했다는 것이다.
그들이 결과적으로 로마 교회 역사가들이 의도를 가지고 왜곡하고 조작함으로
고안해 낸 난데없는 역사들을 정사처럼 고정하고 정착시키는 데에
너무나 편리한 동지들이 되어 주었다.
가슴 아픈 이야기이지만, 심지어 그들은 로마 교회 역사가들의 프로파간다에
아름다운 화음과 메아리를 만들어 주는 파트너들이 되어 반응해 주었다.
개혁 교회 역사의 각 페이지들이 보여 주는 안타까운 사실이다.
권현익, 「16세기 종교개혁 이전 참 교회의 역사」, PP 353-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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