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시론

[스크랩] 내적으로 사고생활 속 우상들을 뽑아내고, 외적으로 불신세계의 적대감과 부딪쳐야 한다/ 낸시 피어시

강대식 2015. 12. 31. 10:30

 

구속이라는 용어는 일회적인 회심의 사건만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은사와 재능을 힘껏 활용해 아름답고 유용한 것을 건설하는 한편, 창조세계를 억압하고 왜곡하는 악과 죄의 세력에 대항해 싸움으로써 평생토록 추구할 여정에 진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개인의 삶(성화)과 소명의 영역(문화적 갱신) 모두에서 은혜에 힘입어 일생에 걸친 성장의 과정을 시작한다는 뜻이다.

 

많은 교회에서 칭의(Justification)의 메시지는 수없이 반복해서 설교한다. 그러나 성화(Sancification)에 관한 메시지 곧 회심한 이후에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서는 훨씬 적게 다룬다. 내가 자란 루터파 교회에서는 언제나 종교개혁의 싸움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 몸의 탄생은 다른 모든 것의 출발이기 때문에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다. 그러나 다른 의미로 보면, 출생은 그야말로 중요한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단지 출발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일단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중요한 과업은, 성장하고 성숙하는 일이다. 마찬가지로, 거듭나는 것은 우리의 영적 삶에서 필요한 첫 단계지만, 줄곧 구원받는 법에만 메시지의 초점을 맞추어서는 안 된다. 교회의 필수사역은 사람들로 하여금 영적 성숙의 길로 나아가도록 이끌고, 문화 명령에 따라 우리에게 주신 하나님의 사명을 수행하도록 성도를 준비시키는 일이다.

 

우리 각자는 창조세계를 개발하는 일과 하나님의 규범에 따라 정의롭고 인도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담당해야 할 역할이 있다. 우리가 이런 일을 할 때, 마치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열등하거나 이류의 일을 하는 것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우리는 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일반은총을 대리하는 일꾼으로서 그분의 일을 행하는 것이다.

 

마르틴 루터는 우리의 직업을 하나님의 가면이라고 즐겨 말했다. 우리의 직업이 하나님께서 인간이란 수단을 통해 보이지 않게 창조세계를 보살피시는 방식이라는 뜻이다. 우리가 일할 때, 우리는 하나님의 손이요 하나님의 눈이자 하나님의 발인 셈이다. 과거에 하나님이 하늘에서 만나를 내려 이스라엘 백성을 먹이신 것처럼, 때로는 직접적인 기적으로 일하실 때도 있지만, 그러나 보통은 농사 운수업 식료품 가공업 소매업 등에 종사하는 수많은 일꾼들을 통해 사람들을 먹이신다. 기적적으로 병자를 고치시기도 하시지만, 보통은 의사 간호사 건강관리 전문가 등을 통해서도 일하신다.

 

하나님의 가면이라는 은유는, 직업이 우리가 하나님을 위해 하는 어떤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한다. 그런 생각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해내고 성취하도록 부담을 줄 것이다. 오히려 직업은, 우리가 하나님 일에 참여하는 길이다. 왜냐하면 하나님이 친히 구원의 일 뿐 아니라 창조세계를 보존하고 유지하는 일에 관여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이 깊은 진리를 깨닫는 것은 승리주의 태도를 갖지 않도록 예방하는 데도 유익하다.

 

하나님의 구원 수단은 십자가였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분은 겸손히 인간의 연약함을 입고 오셔서 죄인들의 손에 죽기까지 자기를 굴복시킨 분이다. 타락한 세상에서 우리 역시 하나님의 소명에 충실한 대가로 상당한 값을 지불해야 할 경우가 있다. 우리가 옳은 것을 위해 불의에 대항할 경우, 경력이나 공적 전문가적 인정, 수입에서 손해를 볼지도 모른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이들은 마침내 그분의 고난에 동참하게 될 수도 있다. 루터는 이런 주제에 대해 십자가 신학에서 강조했다. 이것은 우리가 승리주의와 자만과 자기 의에 빠지지 않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

 

우리는 하나님이 은혜로 우리의 영향권 내에서 상당한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다만 우리가 성공, 권력, 대중의 환호를 갈망하는 욕구를 십자가에 못 박을때에야 그것이 가능하다.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을 것이니라”(9:23). 예수의 말씀이다. 우리가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고 싶은 심정이 간절하다면, 먼저 그분이 우리에게 보여주신 고난의 본을 기꺼이 좇아야 한다. 기독교 세계관을 개발하는 과정이 무척 힘들고 고통스러운 싸움임을 예상하고 각오해야 한다. 먼저 내적으로 우리의 사고생활 속에 자리잡은 우상들을 뿌리째 뽑아내야 하며, 외적으로는 타락한 불신세계의 적대감과 부딪쳐야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힘은 그리스도와의 영적 연합에서 찾을 수 있으며, 고난이야말로 우리가 그분을 본받고 그분의 형상으로 다시 빚어지는 통로임을 인식해야 한다.

 

- 낸시 피어시, 완전한 진리, PP 98-103


출처 : 청교도 아카데미
글쓴이 : 강대식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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