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유신론의 종말
그리스도교는 초자연적이어야 하는가
틸리히에 따르면 그리스도교에 관한 전통적인 교리 형성은 소위 ‘초자연주의’를 본뜬 것이었다고 한다. 신은 ‘가장 높으신 존재’로서, 이 세상 위에와 너머와 밖에 그리고 또 피조물의 세계와 병행 또는 대립해서 스스로 존재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는 다른 존재들과 나란히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실재의 세계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이 신은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간주되기는 한다. 그는 하나의 존재이지 존재 자체는 아닌 것이다.
불트만은 “신화적인 세계관 자체는 그리스도교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과학 이전 시대의 우주관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신약성서는 그리스도 안에서의 구속 사업을 하나의 초자연적 사건으로 제시한다. 이 모든 용어는 어떤 초자연적 사건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라고 하는 역사적 사건의 참된 차원과 깊이와 중요성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한다. 본회퍼는 불트만이 지나치게 ‘진보적’이 아니라 오히려 덜 진보적이라고 비판한다. “기적이나 승천 같은 ‘신화적’ 개념에만 아니라 모든 ‘종교적’ 개념들 자체에 문제가 있다. 비종교적으로 해석하고 선포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으면 안 된다”.
대체로 13세기에 시작한 인간의 자율성을 향한 운동은 우리 시대에 와서 어느 정도 완성에 도달했다. 인간은 ‘신이라는 작업가설’의 도움을 빌리지 않고서도 모든 중요한 문제들을 처리해 나가는 방법을 배웠다. 이것은 과학과 예술과 윤리의 문제에 있어서 이미 아무도 감히 움직일 수 없는 자명한 것이 되었다. 자기 자신의 실현을 성취하고 또 그 자체의 존재를 지배하고 있는 법칙을 의식하게 된 이 세계는 무시무시할 정도로 자신을 갖게 되었다. 이렇게 성숙기에 도달한 세계에 대해서 ‘신’이라는 후견인이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애쓴다. 세계가 성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그리스도교 변증가들이 공박하는 것은 첫째로는 무의미하고, 둘째로는 수치스럽고, 셋째로는 비그리스도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비그리스도교적이라는 것은 그리스도 대신에 인간의 종교성의 어떤 특정한 단계를 바꿔놓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본회퍼는 바울이 할례가 ‘복음’의 전제조건이 될 수 없다고 하여 이것을 용감하게 떨쳐 버리고 ‘이 세상의 성숙함’을 신이 이룩한 사실로 받아들인 것과 같이 우리도 ‘종교적 전제’를 대담하게 버려야 한다고 한다. “우리가 정직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길은 ‘만일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는 이 세상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신이라는 작업가설 없이 우리들을 이 세계에서 살게 하는 신은 우리가 언제나 마주치는 신이다. 신 앞에서 그리고 신과 함께 우리들은 신 없이 산다. 신은 자기 자신을 세상에서 추방당하게 한다. 신은 이 세계에서는 무력하고 약하다. 그리고 그는 바로 이렇게 해서만 우리들과 함께 있고 또 우리를 도와줄 수 있다.
스미스 교수는 “초월성에 관한 옛날 교리는 이 세계에 관한 낡아빠진 견해이다”. 우리가 하려는 것은 신에 관한 그리스도교의 교리를 조금이라도 바꾸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와 같이 낡아빠진 견해 때문에 그것과 함께 그리스도교 자체가 없어지지 않도록 하려는 데 있다.
(인간은 어떻게든 신의 굴레에서 벗어나 성숙과 자유라는 이름으로 마음 놓고 죄를 지으려는 것이다. 인간이 과연 성숙했는가? 성숙한 세계의 모습이 날로 악해져만 가는 것일까? 범죄율, 이혼율, 자살율, 우울증의 만연, 약물 중독, 독재와 내전, 양극화, 기아, 아이들의 영양실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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