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는 율법이 육신으로 말미암아 연약했기 때문에 죄를 제거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우리가 우리 자신의 힘으로 율법을 성취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 사람의 이성은 하나님께 속한 것을 추구하지 않고 자기 자신 및 자신의 유익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오직 믿음만이 참된 사랑으로 하나님께 속한 일을 할 수 있다. 믿음이 사람을 깨우치지 않고, 사랑이 사람을 자유케 하지 않는다면, 사람이 선한 것을 기꺼이 하고자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람은 자기 눈에 보기에 선한 것을 행한다고 할지라도, 하나님 앞에서는 단지 악한 일만을 행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의 본성은 자기가 선하고, 존귀하고,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것만을 알 뿐이고, 하나님과 남들이 보기에 선한 것을 알지 못한다. 사람의 본성은 사람 자신의 이익과 결부되어 있는 선만을 알고 행하려 할 뿐이다. 따라서 하나님의 율법은 우리가 본성적으로 행할 수 없는 것을 요구한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기도와 간구를 통해서 율법이 요구하는 것을 이루는 것은 오직 믿음뿐이다”라고 말했다.
어떤 이들은 본성의 빛을 높여서 은혜의 빛과 대등한 것으로 여기고자 하지만 헛된 일이다. 본성의 빛은 흑암이고, 하나님의 은혜의 빛은 정반대이다. 사람 속에서 역사하는 하나님의 은혜는 그 어떤 것도 하나님보다 위에 놓지 않는다. 모든 것들 속에서 은혜는 오직 하나님만을 구하고, 하나님만을 원하며, 하나님만을 좇는다. 부패한 인간 본성은 오직 자기 자신만을 추구하고 원하고 좇는다. 본성은 끼어드는 모든 것, 심지어 하나님까지도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무시해 버린다. 시편104:4의 고집 세고 사악한 마음이다.
“율법이 육신으로 말미암아 연약하여”. 율법은 사람에 의해 성취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연약하였다. 율법은 율법이 하지 못한 것을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믿음의 영을 통해서만 강해진다. “도리어 율법을 굳게 세우느니라”(3:31). 믿음의 권능은 율법을 확증하고 굳게 세운다. 아우구스티누스, “율법은 자기가 명한 것을 이루지 못함으로써 스스로 연약하다는 것을 드러내었다. 이것은 율법의 잘못이 아니라 육신, 즉 세상적인 소유들을 추구하여 율법의 의를 사랑하지 않고 현세적인 유익들만을 선호한 사람들의 잘못이었다.” 사랑에 의해 완전해지고 순종적으로 된 의지만이 하나님의 뜻을 따라 어떤 일을 하기도 하고 하지 않기도 한다. 그 의지는 오직 하나님의 뜻을 행하고자 할 뿐이다. 부패한 인간 본성은 그렇게 할 수 없다. 오직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으로 말미암아 성령에 의해 주어지는 하나님의 은혜만이 이런 일을 할 수 있다.
“곧 죄로 말미암--육신에 죄를 정하사”. 자신의 육신에는 없었던 죄를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짊어지신 그 공로를 통해서, 또는 그리스도께서 우리가 받을 죄에 대한 형벌을 대신 짊어지시고 받으신 것 때문에, 하나님은 우리를 지배하고 있던 죄의 권능을 멸하셨다. 그리스도께서는 자신의 죽으심을 통하여 성령을 우리에게 주시는 그 은혜를 확보하셨고, 육체의 지혜를 우리에게서 제거하셨다. 우리가 이제 우리 자신과 우리의 죄악된 정욕들을 미워하고 사랑을 좇는 것은 우리의 공로가 아니라 하나님의 선물이다.
- 마틴 루터, 『로마서 주석』, pp 15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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