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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뱅과 체험, 체험은 성경의 가르침과 조화를 이룬다/ 조엘 비키

강대식 2021. 7. 20. 21:08

칼뱅과 체험, 체험은 성경의 가르침과 조화를 이룬다/ 조엘 비키

 

칼뱅은 하나님의 영광과 더불어 성령께서 사역하신 결과로 나타나는 신자의 경건을 강조했으며, 이를 통해 기독교적인 체험의 신학을 수립했다. 그에게 체험은 신학적으로나 영적으로 꼭 필요한 요소였다. 칼뱅이 신자의 삶에서 이루어지는 성령님의 사역을 강조한 점, 이를 통해 성령의 신학자라는 호칭을 얻게 된 점을 고려할 때, 이 점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칼뱅의 신학과 설교에서 체험은 어떤 역할을 했는가?

 

칼뱅은 자신의 글들에서 체험을 높이 평가하지만, 그 체험이 성경에 근거를 두고 신앙의 생생한 실재에서 흘러나올 경우에만 그러하다. 그는 신자들의 체험을 언어적인 표현을 넘어서는 것으로 거듭 정의한다. “체험은 근거를 요구하지 않는 확신이며, 가장 탁월한 이성으로 동의할 수 있는 지식이다. 우리의 지성은 그 안에서 참된 안식을 누리며, 이는 어떤 이성적인 근거에 의존할 때보다 더 견고하고 변함없는 안식이다. 그것은 오직 하늘의 계시를 통해서만 생겨날 수 있는 감정이다. 지금 나는 신자들이 각자 자신의 내면에서 체험하게 되는 일을 언급할 뿐이다.”

 

칼뱅은 신자들이 무익하고 과장된 사변보다는 생생한 체험을 통해 하나님을 알게 된다고 언급한다. 그리고 그는 서둘러 이렇게 덧붙인다. “체험을 우리의 교사로 삼을 때, 우리는 그분의 말씀 안에서 자신을 선포하시는 하나님과 동일한 분을 만나게 된다.”

 

거짓 체험은 성경의 가르침과 일치하지 않는 신을 꾸며내지만, 참된 체험은 언제나 성경의 진리들 가운데 흘러나오며 그 진리들의 옳음을 확증한다. 성경의 가르침은 성령의 사역을 통해 생겨나는 거룩한 체험과 조화를 이룬다. 칼뱅에 따르면, 성경에 담긴 것은 추상적이며 스콜라주의적인 교리들이 아니라, 오히려 생생한 삶의 실재에 근거를 둔 가르침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성경의 가르침들은 우리의 일상적인 삶을 인도하며 변화시킨다.

 

체험은 칼뱅의 주해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우리가 성경을 해설할 때, 체험은 해석의 열쇠가 될 수 있다. 이는 성경에서 증언하는 내용을 그가 직접 체험했기 때문이다.”(빌럼 발크) 칼뱅은 이처럼 자신의 성경 주해와 설교에서 체험에 중요한 비중을 두었지만, 동시에 체험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다. 이는 말씀과 분리될 때, 우리의 체험은 불완전하고 신뢰할 수 없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신비주의자들은 늘 인간의 깊은 내면에 관심의 초점을 두지만, 칼뱅은 우리가 자신의 마음속을 깊이 들여다볼지라도 하나님께로 나아가는 길을 발견할 수는 없다고 결론지었다. 오히려 그는 마틴 루터에 동의하면서, 우리가 하나님께로 나아가는 유일한 길은 말씀에 중심을 둔 신앙뿐이라고 언급했다. 칼뱅에 따르면, 신자들이 경험 그 자체를 통해 하나님의 뜻을 파악할 수는 없다. 우리가 그분의 뜻을 알아갈 수 있는 길은 오직 성경의 증언을 통해서다.

 

만일 우리의 신앙 체험이 성경에 기초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는 아무 기반이 없는 모호한 느낌만 남게 될 것이다. 그러나 참된 신앙은 기록된 말씀에 기반을 둔다. “만일 우리 자신의 느낌을 좇아 하나님이 우리를 도우시는지 여부를 분간한다면, 우리의 신앙은 곧 흔들리며 우리에게는 아무 용기나 희망도 남지 않게 될 것이다.”

 

그래서 칼뱅은 체험주의자, 곧 신비적이거나 주관적인 태도를 품고 자신의 체험에만 관심을 쏟는 이가 되지 않으려고 주의했다. 그는 우리의 체험이 기록된 말씀의 증언을 좇아 규정되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칼뱅은 체험주의와 메마른 스콜라주의를 모두 피하려 했다. 그는 성경을 추상적인 교리들의 모음집으로 간주하기보다, 성경의 교리들을 교회와 신자 개개인의 신앙과 삶 속에 깊이 심긴 것으로 여겼다. 칼뱅에 따르면, “그리스도인과 교회의 활동 가운데 신앙의 확증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곳은 바로 이런 영역들이었다.

 

조엘 비키, 설교에 관하여, pp 171-174